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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의 수술로 행복 전하는 한성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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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께서 흙으로 인간을 빚으실 때 모습이 그랬을까. 성형외과 전문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안면기형 환자의 얼굴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간다. 눈과 입술, 코가 없어 까맣게 뚫린 구멍위에 새로운 이목구비가 생긴다. 주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 고통받는 이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성익 원장을 만났다.


 
▲ "안면기형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되찾아가는 얼굴과 웃음이 기쁨입니다."
한성익 원장이 진료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전문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성형외과와 치과 클리닉을 운영하는 한성익(요셉, 52) 원장은 시쳇말로 잘나가는 의사다. 한 개도 어려운 의사면허를 두 개나 갖고 있는 성형전문의니 말이다. 한 원장은 한편으로는 형편이 어려운 안면기형 환자를 무료로 수술해주는 신앙인이다. 서울대교구 한성호 신부의 형이기도 하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처럼 생김새로 사람을 판단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며 "나도 작은 체구 때문에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은 적이 있어 안면기형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지금까지 40여 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줬다. 귀가 없는 다섯 살 민수가, 턱이 커서 아이들에게 돌팔매질까지 당하던 여고생이, 턱이 없던 달동네 연탄가게 배달 아주머니가, 언청이로 고생하는 몽골의 가난한 이들이 웃음을 되찾았다.

 그 웃음은 한 원장의 오랜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원장은 치대 재학 중인 1982년 일본에서 신체를 복원하는 성형수술을 볼 기회가 있었다. 환자 얼굴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고 환자 본모습을 회복시키는 성형수술이었다. 그저 사람 목숨만 살리는 게 의사 직분이라고 믿었던 젊은 의학도에게 수술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만 해도 성형전문의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성형수술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전문의 수련을 거쳐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에 취득 사례가 거의 없던터라 "공부하는 게 그렇게 좋으냐"는 빈정거림과 "치대 나와 돈을 벌어야지 세상 물정 모르고 뭐하는 짓이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성형전문의가 되고자하는 그의 결심은 굳건했다. 13년에 걸쳐 치대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독일에서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의사에게 쏠리는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메스를 놓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1년 반을 시체실에서 밤을 새우며 실력을 쌓았다.

 한 원장은 "막연한 믿음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게 했다"며 "지금 돌아보면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주님이 보내신 인도자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주님 영광 드러내는 도구로

 한 원장은 독일에서 귀국한 후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로 일하다 개원을 결심했다. 가난한 환자를 돕고 싶어도 조직에 속해 있기에 한계가 있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위해 선행을 베풀라"고 가르쳐준 아버지 영향이 컸다.

 개원을 하고 얼마 뒤 암세포가 턱에 전이된 자매가 병원을 찾아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거액의 수술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주님께서 보낸 가난한 이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술은 기도로 시작됐다. 암세포가 퍼진 턱뼈를 자르고 새롭게 턱을 만들어 넣고 임플란트를 박아 치아를 심어야 하는 대수술이었다. 그는 "수술 중 성모님이 함께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얼굴을 되찾은 자매의 환한 웃음이 수술비를 대신했다.

 무료수술 소문이 퍼지자 그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서 "나도 무료로 수술해 달라"며 찾아 온 웃지 못 할 이들도 있었다.

 한 원장은 행여 가난한 환자들이 마음이라도 상할까봐 수술비를 1만 원으로 정했다. 한 사람당 몇 번이고 반복되는 수술은 비용이 수백만 원을 훌쩍 넘기지만 그는 주님 부르심에 "예"하고 응답할 뿐이었다.

 한 원장은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가족과 선의를 가진 이들의 도움이 있기에 무료수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부자들이 흔히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남몰래 좋은 일을 하는 분들도 참 많다"고 말했다.

 강남 땅 부자 정 사장과 대기업에 다니는 권 상무 등은 늘 한 원장의 선행에 관심을 갖고 후원해 주는 `익명의 천사들`이다. 그래도 가장 큰 희생과 부담은 한 원장 몫이다.

 그는 "부유한 이들에게 치료비를 받는 것도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라며 "그래도 먹을 거 다 먹고 따뜻하게 입고 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아직도 전세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한 원장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 오랜 시간 주님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한 원장은 "주님께서 허락하시면 은퇴 전에 400번 무료수술을 하는 게 꿈"이라며 "내 의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면 세계 어디라도 찾아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호의호식하다 주님 앞에 가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주님을 만나는 그날 `당신이 보낸 이 사람을 도와줬습니다`라는 말씀이라도 드려야 내치지 않으시겠죠."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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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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