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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브라질<중> 느긋한 브라질인과 속 타는 사제의 미사

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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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공소와 공동체를 찾아다니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야외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신자들과 함께.
 
`내가 아프리카에 온 건가?`

 바이야주에 도착하자마자 임지로 가는 버스에 오른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탄 마을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브라질 사람 모습이 아니었다. 모두 흑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지역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이민자들 후손이 많이 살고 있다고 했다.

 브라질 북동부에 있는 바이야주는 이 나라에서 아주 가난한 지역이다. 땅이 척박해 작물도 잘 자라지 않는다. 바이야 출신 사람들이 다른 도시에 가서 "바이야에서 왔다"고 말하면 무시를 당할 정도다.

 바이야 사람들도 여느 브라질 사람들처럼 다양한 혈통이 섞여 있다. 외조부모는 일본인, 친조부모는 인디오와 독일인인 이도 있다. 한 가족이 보통 2~3개국 혈통으로 섞여있다.

 처음 사목을 시작할 때 언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되나`하는 회의까지 들었다. 3개월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포르투갈어를 익혔지만 이 지역 사투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많이 힘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더 없이 친절했다. 난생 처음 본 동양인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따뜻하게 대해줬다. 나는 다른 신부님 2명과 함께 46개 공소와 120개 공동체를 방문하며 사목활동을 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공소와 공소의 거리가 무려 120㎞나 됐다. 낡은 차로 몇 시간씩 비포장도로를 달려 신자들을 만나고 또 몇 시간을 달려 다른 신자들을 만나러 갔다. 영화에서나 봤던 커다란 뱀과 차가 부딪혀 차량이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이곳 공소 신자들이 사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기껏해야 1년에 몇 차례다. 브라질 사람들은 느긋하다. 너무 느긋하고 만사가 천하태평이라 애를 태운 적도 많았다.

 많은 공동체를 방문하다보니 좀처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신자들은 늘 약속한 미사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오후 7시에 미사를 한다고 약속을 해놓으면 30~40분이 지나서야 한두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약속을 어기는 신자들 때문에 짜증도 났다.

 참다못해 신자들에게 "제발 부탁이니 시간 약속 좀 지켜 달라"고 애원하자 그들은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삶은 다 그런 거랍니다"하고 대답했다. 이들에게서 `기다림`의 소중함을 배우게 됐다. 시간이 흐르자 마음이 열렸고, 그들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나와는 다른 그들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니 아무리 늦게 와도 짜증을 내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이곳에 온 첫 해 겨울 엄청나게 많은 혼인성사가 있었다. 두 달 동안 20쌍의 혼인성사를 주례했다. 혼인성사가 끝나면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하는 데 가끔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쓰는 걸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워낙 많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룰라 대통령(재임 2002~2010)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바이야주 같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무지한 사람이 많고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마약과 술에 빠진다. 혼전동거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있는 작은 마을에도 언제부턴가 마약과 매춘이 독버섯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더 불행한 사실은 이런 나쁜 것들이 청소년들을 통해 퍼진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집 앞에 작은 구두수리점이 있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거기서 마약을 팔고 있다고 했다.

 공동체를 방문하면 13~15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그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아이가 종종 있다. 아이 아빠를 물어보면 대부분 "모른다"고 했다. 매춘을 하다가 아이를 갖기 때문이다. 어린 소녀들이 매춘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휴대전화나 좋은 옷을 사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부님들은 청소년들을 어떻게 돌봐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복음의 참 맛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했다. 그들에게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민들,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233-24-0323-186
              예금주 : Lamberto Giovanni Paolo


 
▲ 브라질의 장래이자 내 걱정거리(?)의 공소 청소년들.
이들에게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빨리 길러줘야 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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