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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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멕시코(상) 불편한 땅, 행복의 터전 되기까지

가난함 속의 참행복 누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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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카누를 타고 공소를 찾아가는 필자(앞쪽).
사제가 부족해 성주간을 외롭게 보내는 하느님 백성을 찾아가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을 선교사의 행복 중 하나다.
 
 
  선교사 생활 19년 차에 접어든 저는 5년째 멕시코시티 공동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 수녀님들은 올해 성주간에는 선교사를 더욱 더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멕시코만을 낀 베라크루스 주에 속해 있고, 산안드레스 뚜스뚤라교구 살따바랑까본당 관할지역인 복까 델라 시에라(Boca de la Cierra) 마을입니다.

 #복까 델라 시에라의 하느님 백성
 차로 운전을 해서 8시간을 남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너무나 더운 지역입니다. 이름을 보아서는 산속 마을이겠거니 했는데, 사탕수수 농장 들판 한가운데 있는 성당이었습니다.

 우리는 초저녁 무렵에야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당에서는 교리교사들이 성주간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신자들은 우리가 성당에 처음 찾아온 수녀들이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저와 함께 간 수녀님과 수련 수녀님은 더위도 잊은 채 성주간의 신나는 복음선교에 가슴이 설?㈌윱求?.

 새롭게 만나야 하는 하느님 백성은 누구일까. 본당 신부님은 대단한 기대를 가득 안은 우리를 차로 40분 떨어진 마을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사탕수수밭을 헤치고 도착한 곳은 강을 가운데 두고 살아가는 어부들 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 이름이 복까 델라 시에라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선교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강에는 다리가 없어서 카누를 타고 건너야 했습니다. 여자든 어린이든 모든 주민은 그 카누를 긴 장대로 저어서 건너갔습니다. 우리도 장대를 잡은 어른들이 젓는 카누에 몸을 맡기고 처음이라 무서워하며, 건너편에 있는 공소로 건너갔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엔리께라는 이름의 젊은 신부님이십니다. 교구 사제이지만 선교사제라고 자칭하면서 의욕을 갖고 하느님 백성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멋쟁이 사제였습니다. 멕시코에는 사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본당 사제들은 보통 30개 내지 60개 이상의 공소를 담당합니다. 흙길을 운전해서 2시간을 가는 것은 보통입니다. 우리가 찾아간 이 본당 신부님도 공소를 30개나 맡고 있어 혼자서 하루에도 여러 개 마을을 찾아가서 미사를 봉헌하고 온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학교에서는 금요일 오후에 시골 어려운 본당으로 신학생들을 파견해 본당 사제의 사목활동을 돕습니다. 특별히 성주간에는 수도자나 신학생 모두가 사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갑니다. 참으로 좋은 시간입니다. 은총의 성주간에 외롭게 지내는 하느님 백성을 찾아가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은 선교사가 누릴 수 있는 큰 행복 중의 하나입니다.

 멕시코는 가톨릭 국가이기에 성주간 전 금요일부터 모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갑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성주간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교리를 함께 공부합니다. 성주간의 특별한 전례 의미를 되새기며 전례를 함께 만들어 갑니다. 사제가 없어도 성주간 만큼은 선교사들과 함께 풍성한 은총의 시간을 보내는 행복하지만 가난한 마을들을 보게 됩니다. 
  


 
▲ 성주간 성목요일 미사의 발씻김예식.
 
 
 
 #행복을 만들어내는 가난한 사람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신 예수님의 산상설교를 저는 좋아합니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특별히 성주간 선교활동은 더욱 그런 마음이 들게 합니다.

 우리가 성주간을 보낸 곳, 복까 델라 시에라는 정말로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마을입니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놀고 나면 점심시간에는 누구랄 것 없이 모두 다 장작불에 구운 토르티야(옥수수 가루를 반죽해서 얇게 펴서 구운 멕시코 요리)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주식인 삶은 콩죽은 왜 그리 맛이 있는지….

 식수가 없는 이 마을 사람들은 늘 콜라나 아니면 다른 음료수를 마십니다. 3일까지는 잘 견뎠는데, 음료수를 더는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더 그런지 위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토할 것만 같았습니다. 어떻게 이곳 사람들은 이 음료수로 살아갈까 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가장 훌륭한 음식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입니다. 두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면서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 물고기 맛이 천하일품입니다.

 그곳의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더 좋은 곳, 편리한 곳을 찾아 나서지 않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불편한 땅에서 아무 말 없이 살아갑니다. 주민들은 새벽 2시에 일어나 고기를 잡습니다. 어부들은 혼자서 고기를 잡을 수 없기에 부인들도 데리고 강으로 나갑니다. 물론 낮에는 아이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강가에서 고기를 잡습니다.

 주민들은 잡은 물고기를 몰아갑니다. 캄캄한 강에서 새벽을 여는 여인의 노 젓는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여인들을 보면서 우리 수도회 설립자인 마뗄께서 저희에게 주신 사명인,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여성의 본질적 가치를 그들에게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가 하고 고심했습니다.

후원계좌 신한은행 100-017-622341
             예금주 : 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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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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