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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볼리비아(하) 완전히 엎어지게 하소서

김일옥 수녀(예수성심시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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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곳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준다.
사진은 바느질을 배우는 여성들 모습.
 
  세상 어디를 가나 빈부 차이는 있게 마련이지만, 볼리비아에서는 60년의 세월이 걸쳐져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체험하게 됩니다.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나라에서도 2012년의 새로운 문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정글 숲을 태워 일군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글로 표현하기조차 민망할 정도입니다.

# 국민의 15가 장애를 가진 나라
 볼리비아는 국민의 15가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13~14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임신을 합니다. 산모의 영양결핍, 근친 임신 등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가 많습니다. 또 예방접종과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해서 많은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됩니다.

 적은 보살핌과 관심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장애를 갖고 살면서도 치료 기회조차 한번 얻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가 장애예방 및 물리치료, 장애극복 방법 등을 연구하고 찾아보는 RCB(Rehabilitacion Conunidad Basada) 프로그램을 올해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엄마마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 어린 누이 손에 자란 젊은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시집간 누이 집 컴컴한 부엌 한 귀퉁이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그는 출생서류가 없어 자신이 몇 살인지조차 모릅니다. 그를 찾아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걷고 싶다"고 했습니다.

 뇌성마비를 앓는 5살 여자아이의 부모는 돈을 벌러 멀리 떠났습니다. 부모를 대신해 14살 된 오빠가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온종일 발가벗은 채 지내면서 아무 데서나 용변을 봅니다. 달려드는 벌레들과 함께 땅 위를 뒹굴다가 우리가 찾아가면 반가워합니다.

 간질 발작을 시작하면 1주일 동안 죽은 듯이 누워있는 딸을 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괴로워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대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우는 언어장애 바보 총각도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면서 놀라는 것은 이들이 겪는 고통과 현실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동생이 장애인 오빠를 돌보고, 조카딸은 늙어가는 장애인 삼촌을 받아들여 한 식구로 살아갑니다.

 어린 나이에 나무에서 떨어진 후 장애인이 돼 50살이 넘도록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는 앉은뱅이 아저씨가 있습니다. 그는 휠체어 없이 400m 거리에 있는 일터로 가 보통사람 절반밖에 되지 않는 품삯을 받으며 일합니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하거나 불편을 힘들어하지도 않고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습니다.

#고통 겪는 이들보다 더 심각한 우리들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가 오히려 더 심각해합니다. 또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합니다.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 방법을 찾으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기에"라는 성경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들. 먹을거리조차 제대로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가난합니다. 이들은 언제 지나갈지 모르는 차를 얻어 타기 위해 운전기사가 자비를 베풀길 기도하며 한없이 기다립니다.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해결방법이 없어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가진 만큼만 먹으며 살아가는 이들의 집은 흙과 나무로 엮어 만든 것입니다. 집과 밖의 경계가 없어 사람과 짐승,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듭니다.

 해가 지면 몸을 눕히는 엉성한 나무침대는 해가 뜨면 모든 집짐승이 찾아와 쉬는 자리로 변합니다. 이들의 마음에는 가난이 없어 보입니다. 이들은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웃습니다.

 이들은 소리를 지를 줄 모릅니다. 가난한 이들 안에 하나 되어 숨 쉬고 계시는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에 세 번이나 넘어지셨으니 저희들도 엎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대충 엎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엎어지게 하소서! 아멘.

후원계좌
대구은행 031-10-006140
(예금주 : 포항예수성심시녀회)


 
▲ 이곳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불평을 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필자와 여성들이 마당에서 나무를 손질하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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