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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볼리비아(중)- 불꽃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축제 신자들"

성모님께서 심어주신 신앙의 씨앗 뿌리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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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내내 미사 한 번 안 나오던 신자들도 코파카바나 성모님 축제날에는 성당에 나와 초와 꽃을 봉헌한다.
 
 
   성모 마리아 신심은 라틴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 마음에 신앙의 씨앗을 심어줬다. 이 대륙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는 `자비로운 어머니`의 위대한 표징이다.

 그 중 가장 오래된 `코파카바나` 동정 성모님은 페루와 볼리비아에 사는 아이마라 농부들의 수호성인이다. 코파카바나는 해발 3800m 티티카카 호수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이다. 아이마라족이 만든 티아우아나코(Tiahuanaco) 문명의 발상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티아우아나코 문명은 큰 축제 때 신으로 모시는 해와 달에 제물로 야마, 알파카, 바쿠냐 등의 동물을 바치고 15년에 한 번씩 아이를 큰 바위 제단에 바쳤다. 1570년 코파카바나에 서리가 내리고 가뭄이 들면서 농사를 망쳤고, 기근과 질병으로 모든 농부들이 심한 고통을 받았다. 이들은 비참한 상황에서 성모님의 보호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때 잉카 왕의 후손이며 성모신심이 깊었던 `티토 유판기`라는 조각가가 조그마한 코파카바나성당에 모실 성모님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실패를 거듭하다가 한 유명한 조각가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은 후 드디어 만족할 만한 성모상을 완성했다.

 성모상을 모시고 오는 도중 한 여관에 머물렀는데 한밤중에 성모상 옆에 큰 그림자 같은 검은 사람 형상이 보였다고 한다. 불을 밝힌 그는 자신이 서투른 솜씨로 만든 성모상이 아닌 고산 원주민 여성 모습을 한 성모상을 발견했다. 그 후 코파카바나성당으로 모셔진 이 성모님은 티티카카 호수 주위에 있는 페루와 볼리비아 아이마라 원주민들에게 수호성인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청년들만 있는 우리 성당에도 코파카바나 성모님 축제날만큼은 남녀노소 모두 손에 꽃을 들고 삼삼오오 성모님 앞에 모여든다. 성탄ㆍ부활대축일에도 성당을 오지 않던 신자들이 축제날에는 구름처럼 모여들어 꽃과 초를 봉헌하며 마음을 모아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요즘은 이곳 알토 인디오 마을에도 골목골목마다 개신교회가 들어와 가톨릭을 비판하고 성모신심을 우상숭배라고 가르치며 가톨릭 신자들을 미혹하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꿋꿋하게 성모님에 대한 공경을 지켜나간다.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함께 해주시며 이들을 지켜주시는 듯하다.

 이들은 `축제 신자`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주일미사 참례를 비롯한 신앙생활은 등한시하면서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축제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성을 다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들 문화와 역사 속에서 신앙이 어떻게 뿌리내리게 됐는지 알아봐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불꽃처럼 나타났다 곧바로 사라지는 축제 신자가 아닌 성모님께서 이들 마음 안에 심어주신 신앙의 씨앗으로 나날이 성모님을 닮는 신자가 됐으면 한다. 하느님 말씀을 생활 안에서 실천하고, 말씀에서 힘을 얻어 삶 안에서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 섭리를 깨닫고 살아간다면 이들이 안고 있는 가난과 삶의 질곡이 고통으로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 청년들은 교리 공부를 시작한 후 미사 시간에 늦지 않고 성체 조배도 하기 시작했다.
교리 공부를 하고 있는 청년들과 필자.
 

 선교사로 활동하며 현지인들과 충돌을 겪을 때마다 원주민과 같이 생각하고 같이 느끼고 같은 생활을 지향하며 이들의 문화와 민간 신앙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사람들 행동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지면 "이게 우리의 `costumbre`(습성, 풍속)다"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는다. 이들은 민간신앙만을 고집하면서 주일미사 참례를 등한시한다.

 어떻게 해야 이들에게 미사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자발적으로 성사생활을 챙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먼저 교리 테스트를 해봤다. 기본적인 교리조차 아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정도로 교리를 모르고 있는지는 몰랐다. 결국 교리공부를 시작했다.

 청년 교리교사들에게 먼저 교리를 가르쳤다. 청년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우리에게 교리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교리 지식도 없이 유치부와 초등부 학생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첫영성체 교리반을 맡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매달 시험을 봤고 70점을 넘기지 못한 청년은 재시험을 봤다. 재시험을 통과 못하면 또 가르쳤다.

 청년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늘 미사에 늦던 청년들이 미리 와서 성당 청소를 한 후 성체조배를 하고 복음을 읽었다. 5명으로 시작한 교리 모임이 지금은 15명이나 된다.

 꼭 교리 지식이 많아야 신앙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리를 알아야 올바른 신앙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난 청년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시험을 본다. 숙제를 안 하거나 시험을 거부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

 50점을 맞아도, 30점을 맞아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늘 밝은 얼굴로 성실하게 공부한다. 그거면 됐다. 청년들과 함께 하다보면 하느님께서는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이들을 돕고 계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후원계좌  시티은행 622-00044-252-01
               예금주 : 김효진(하느님의 섭리의 딸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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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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