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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부활 예수 뒤로한 채 돌아가신 예수상 모시고 행렬

스페인 지배 영향 신자 80% 웃돌아긴 세월 사제 없어 신앙의 모습 변질조금씩 성사의 기쁨 찾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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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지배 영향 신자 80 웃돌아긴 세월 사제 없어 신앙의 모습 변질조금씩 성사의 기쁨 찾아가고 있어




안녕하세요. 지난 2014년 한국을 떠나, 과테말라에서 선교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김현진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과테말라 교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한국의 신자분들께 알려드릴 수 있고, 또한 과테말라를 위해 기도를 부탁할 수 있게 됐음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행렬하고 있는 모습. 김현진 신부 제공



지난 시간 동안 과테말라에 머물며 신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은 ‘신앙생활에 대한 감사’입니다.

이곳은 주민의 80 이상이 천주교 신자입니다. 스페인 지배의 영향으로 마을마다 성당이 지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제가 떠나면서 공소로 전락해버린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버려진 성전을 신자들이 스스로 지켜나가며, 각자 역할을 나누어 성전을 관리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 새롭게 맡게 된 San Lorenzo(산 로렌조)본당은 8000명의 주민이 사는 공소였기에, 더더욱 그분들이 어떻게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 성전을 지켜 왔는지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긴 시간을 사제 없이 지켜 오다 보니, 변질된 신앙의 모습도 있다는 것입니다.

▲ 성 토요일, 성전에 모신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 성상 모습.



그릇된 관습을 지키려는 신자들

지난주에는 본당의 한 신심 단체와 내년 부활절과 관련해 회의를 했습니다.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 성상을 관리하는 단체인데, 성 토요일마다 그 성상을 모시고 토요일 자정까지 마을을 돌며 행렬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은 공소로서, 토요일 저녁 부활 성야 미사를 할 수 없었기에 당신들만이 지켜온 신앙의 모습으로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 성상을 모시고 기념 행렬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본당에서 부활 성야 미사가 있기에 적어도 부활 성야 미사 전에는 그러한 행렬을 마치고 다 함께 부활 성야 예식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저와 사목회 의견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부활하셨는데, 돌아가신 예수님을 모시고 성전 밖에서 따로 행렬을 계속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대화한 결과 그 단체의 주장은 ‘신부들이 다 떠났을 때 우리는 최소한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신앙을 지켜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관습이 돼,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부활 성야 미사 전 한 신자와 필자. 위는 과테말라 지도.



미안한 마음이 앞서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씀에서, 사제가 없었던 긴 시간 성사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교리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신앙을 지켜 오신 그분들의 열정과 믿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마음 앞에서 전례적으로 제 의견만을 주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이분들이 해 오셨던 전통대로 행하기로 했고, 다만 그다음 해부터는 조금씩 바꾸도록 노력해 보자는 결론으로 회의는 마무리됐습니다.

결코, 쉬운 모임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모습 안에서 하느님께서 왜 저를 이곳에 보내셨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조금씩 성사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가르침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몫이라는 것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활 예수와 돌아가신 예수의 공존


이 같은 모습은 비단 저희 본당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옆 본당에서는 부활 성야 때마다 성전을 그러한 단체에 내어주고, 부활 성야 미사는 성당 마당에서 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미 부활하셨는데, 성전에는 한 단체의 전통으로 예수님께서 계속 무덤에 묻혀 계셔야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본당 신부님도 그러한 전통을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은 하셨지만, 오히려 그 단체에서는 신자들과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했습니다.

대부분의 공소에서는 성상을 모시는 단체들이 이러한 신앙생활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행렬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미사보다는 다른 외적인 활동을 더 중요시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아마도 사제가 계속 상주하고, 성사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더라면 신앙생활의 모습이 실제 의미를 잃은 채, 지역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변질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희 본당은 조금씩 조금씩 성사의 기쁨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주일 미사도 늘리고, 평일 미사도 만들면서, 많은 신자 분들이 성체성사의 은총을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매일 미사를 봉헌했는데, 이곳에는 아직 성사의 은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선교지 대부분이 이러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테말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 37-38) 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사제가 부족한 곳을 위해 기도를 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순교자들의 크신 믿음과 은총을 통해, 적어도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는 매일 성사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과테말라 교회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주님의 손길과 성사의 은총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위해 하느님의 도움과 신자 분들의 기도를 청합니다.

후원 계좌

우리은행 454-035571-13-101(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국민은행 375-01-0091-080(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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