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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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중국이야기(상)-도대체 그분이 누구신가

그들 마음에 상처 대신 하느님 심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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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성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중국지부)


   한센병이라고도 불리는 나병은 성경에도 언급될 정도로 인간 역사 안에서 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의학자 한센이 병원균을 발견한 지 이제 겨우 100년이 넘었다. 약을 만들어 낸 것은 더 최근의 일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나병으로 인한 후유증과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장애는 얼굴이나 손발에 그대로 나타나기에 나환우들은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많은 나라에서 이들을 섬이나 외딴 곳으로 이주시켰다. 그로 인해 환우들이 겪는 정신적, 사회적 고통은 질병으로 겪는 육체적 고통 이상이다.

사천성 깊은 산골에 있는 한선병 환자 마을서 5년째 선교사

신부, 수녀들 활동에 위생, 의료환경 개선되고 외부와 교류

감동한 한센병 환자들 세례받고 마을은 신앙촌으로 거듭나



 
▲ 할머니, 저 앞사람 손가락 잘 보여요?
시력검사를 하려고 나환우마을 할머니 한쪽 눈을 가려드리자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는다.(오른쪽이 필자)
 


 # 누가 우리에게 천사를 보내주셨나?
 이곳 사천성에서는 요즘도 새로운 환자를 발견하는 게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사천성에서도 현급 행정단위로 나환우시설을 만들어 환우들을 격리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나환우마을을 `나병촌`이라고 부른다.
 나환우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5년이 돼간다. 선교사로서,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로서 나환우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이들이 건강하건, 코가 내려앉고 손이 오그라들고 다리가 잘려나갔건 선교사에겐 모두 예수님과 같은 소중한 존재이다.
 이런 예수님들은 왜 이리도 깊은 산골에만 사시는지, 만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평생을 이런 예수님들과 함께 살겠다고 하느님과 새끼손가락을 걸어버렸으니 말이다. 이들을 만나려면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혹은 산을 오르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깊은 협곡에 걸려있는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나환우들이 지나간 길만 걸어도 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과 두려움으로 인한 차별 때문이다.
 이런 마을에는 나환우들만 사는 게 아니다. 적게는 몇 십 명에서 많게는 몇 백 명 환우들과 그들 자녀들, 그리고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자녀를 한 명만 가질 수 있지만 이런 시골은 농사를 지어야 하기에 가족 수는 생산력에 비례한다. 그래서 힘 닿는 데까지 낳는다. 마을에는 초등학교도 있고, 나환우들을 위해 봉사하는 중국인 수녀님들도 있다. 이런 마을이 사천성 량산 이족 자치구에 6개가 있다.
 나환우마을은 수녀님들이 도착하고 신부들이 방문하기 전에는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할 정도로 고립돼 있었다. 환우들은 돈이 있어도 채소나 고기를 사기가 힘들었다. 집에 수도나 전기시설이 망가져도 고치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대만과 마카오에서 활동하시는 예수회 신부님들이 개혁개방 이후 찾아오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신부님들은 집과 학교를 지어줬다. 그러자 정부 관계자들도 더 관심을 갖고 찾아오게 됐다. 수녀님들 덕에 위생환경과 의료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래서 이제는 외부인들과도 많은 교류를 하며 살아간다.


 
▲ 나병 후유증으로 붓고 곪아 움푹 팬 나환우 발바닥
 


 # 나병촌이 신앙촌으로
 하지만 그들 삶의 가장 큰 변화는 예수님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마을에 독신 젊은 여성들(수녀들)이 보수도 없이 함께 살겠다고 찾아왔다. 수녀들은 아침저녁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상처를 싸매주고,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고, 신발과 옷도 갖다줬다. 그런 천사같은 수녀들을 보내준 사람이 예수라는 고마운 분이라는데, `도대체 그분이 누구신가?`하며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학교라고는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한 나환우들은 수녀님들의 교리교육을 통해 신앙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또 신부들이 드리는 미사를 통해 성사에 참여하면서 하느님 사랑을 알아갔다. 이들은 지난 세월 나병환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사회로부터 천대받았던 마음의 깊은 상처를 조금씩 풀어냈다. 그리고 코가 내려앉고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나간 장애의 몸이지만 자신의 생명과 이 세상을 주신 주님을 찬미하는 삶을 살고자 세례를 청했다.
 이렇게 한 명 두 명 세례를 받아 지금은 수녀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우들 대부분 천주교인이 됐다. 수녀들과 신부들의 정성과 노력이 나병촌을 `신앙촌`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덕창현에 있는 나환우마을은 주교님을 청해서 견진성사를 받은 교우들도 꽤 된다. 이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환우들은 이런 기적이 없었다면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끌어안고 계속 원망과 한탄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앙인으로서 같은 아픔을 겪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의 삶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런 변화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부활이며 신앙의 신비이자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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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행 : 512601-01-102007 예금주 : (재)천주교 한국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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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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