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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중국이야기(하) 아주머니가 차에 넙죽 절을 한 이유는?

한센인들도 당당한 삶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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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땅에 발을 딛고 처음 접한 대중교통 수단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다. 시내까지 가는 시간이 8분, 열차 안에서 속도 계기판을 보면서 중국의 발전 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고속도 아닌 초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 그 짧은 시간동안 이만큼 발전한 것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곳 사천성 남부지역은 어떤가?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책 일환으로 가전제품과 자동차 구입 지원금을 농촌에까지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와 물이 끊겨 TV는 거실 장식품이 돼버리고, 세탁기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안쓰러운 그런 동네다.



 
▲ 산넘고 물건너 한센인 마을을 찾아가는 길.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졸졸 따라오며 고단한 여행길 벗이 돼준다.
 

# 한 아주머니의 애끓는 사연
 한센병 환우 마을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한센인들이 사는 마을은 대부분 인적이 드문 산골이기에 열차는커녕 4륜 구동 자동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어렵사리 마을을 방문해 그들 상처를 치료해주며 고충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해주는 게 우리 일이다. 때로는 마을 생활환경 개선작업도 돕는다.

 그 마을에서 이렇게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길을 막고 차에 대고 절을 하는 게 아닌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차에 절을 하는가 싶어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아주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말을 제대로 잇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아주머니와 남편은 모두 한센인이다. 아직 40대 젊은 나이라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마카오 마태오리치 사회복지 단체에서 주는 생활비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편은 한센병도 모자라 암까지 걸려 수술을 받았지만 병이 재발해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자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너무나 먼 나라 얘기다. 아주머니는 아이도 셋이나 된다. 아이 둘은 학교에 다니고 막내 아이는 아직 어려서 엄마 손이 필요한 상황이다. 암이 재발한 남편과 아이 셋은 아주머니만 바라보고 있단다. 아주머니는 너무나 막막한 상태라 이런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제 중국은 초고속열차와 비행기로 어디든지 빠르게 갈 수 있다. 각 지방 소식도 인터넷과 위성으로 빠르게 전달된다. 하지만 농촌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는 그저 그들만의 울림 없는 메아리다. 이들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기에 내 능력 닿는 데까지 그 십자가를 메고 간다.


 
▲ 한센인 마을 식사시간.
 

 # 우리 마음에 `철로`가 놓여야
 농촌 주민들, 특히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초고속 열차는 그저 상상 속의 교통수단이다. 도시에 있는 병원 문턱은 넘기가 너무 힘들다. 한센인이라는 낙인 때문에 그들은 입원하려고 병원에 가면 갑자기 병실이 없어지고 수술 장비가 사라진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이 한센인 자식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히말라야 산맥 끝자락에 있는 이 지역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센인 마을 한 곳을 방문하려고 해도 하루 종일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언제 완공될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초고속 열차가 다니는 철로를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우리 한센인들도 초고속 열차를 타고 대도시로 여행을 가고, 병원에 수술도 받으러 갈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마음에 철로가 놓여야 한다. 한센인들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함께 공부하는 급우로,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철로가 먼저 놓였으면 하는 게 이곳에서 일하는 신부와 수녀들 희망이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512601-01-102007
예금주 (재)천주교 한국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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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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