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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페로에제도(중) 섬나라에서 만난 한국 입양아들

이연희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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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들의 섬`이라는 별칭답게 섬 곳곳에서 양들이 풀을 뜯는다.

 
▲ 북유럽 페로에제도에도 한국 입양아들이 많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들과의 만남과 나눔은 또 하나의 감사와 기도 주제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 정도 북쪽으로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페로에제도에도 한국 입양아들이 많습니다. 제가 도착한 후에도 한국 아기가 입양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다섯 살난 한국 남자 아이 `루니`는 제가 일하는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국경일을 앞두고 페로에제도 국기를 색칠하고 있는 루니의 사진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아시아 계통의 아이가 이 나라 국기를 만들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겠지요.

 #한국 입양아를 사랑으로 키우는 파란눈의 엄마
 두 번째로 만난 이는 페로에제도의 한국인 첫 입양아라고 신문에 소개된 30대 여인, 세 아이의 엄마 `마리안나`입니다. 신문을 보고서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더니 그 주간 토요일 오후에 저를 찾아와서 자기집으로 태워 가더군요. 저도 키가 작지만 마리안나를 처음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전라도 사투리로 "오메, 참말로 쬐그만하네!"였습니다.
 세 번째로 만난 이는 `반냐 순`입니다. 반냐는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여고생이었습니다. 그해 여름 반냐의 엄마 페디가 제게 전화를 걸어 "딸의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축사를 해야 하는데 첫 몇 구절을 한국말로 하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 가족과 특별한 관계가 됐습니다. 반냐의 남동생 `라스무스` 역시 한국 입양아인데, 학교에서 배우는 게 느려 엄마가 집에서 몇 배로 공부를 도와줘야 합니다.
 엄마 페디는 물가가 비싼 이곳에서 장애아들과 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처음에 5명을 입양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첫 아이가 장애아라서 둘째 아이를 입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더 이상 입양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느님께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이라며 그들을 뜨겁게 껴안고 살아갑니다.
 페디를 볼 때마다 제 마음과 눈에 감동의 눈물이 고입니다. 페디의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자료들을 보면 그가 장애아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는 미래를 마련해주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딸 반냐는 대학 진학을 위해 덴마크로 떠나기 전에 제게 한국말을 조금 배웠답니다. 의외로 잘 따라 하더군요. 난생 처음 엄마를 떠나서(실은 훨씬 오래 전에 자신을 낳아 준 엄마를 떠났지만) 혼자 앞길을 개척한다는 게 그녀에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반냐는 방학을 맞아 집에 오면 엄마가 만든 것보다 제가 만든 김밥이 더 맛있다고 전화를 합니다. 그럼 저는 그들 집으로 가서 김밥을 만들어 줍니다. 페디는 김치도 준비해 놓습니다. 그럼 우린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미스터 리`라는 라면을 끓여서 한국 맛잔치를 벌입니다. 김밥은 제가 만든 게 더 맛있는데, 김치는 페디의 것이 더 맛있습니다. 그녀는 양념을 엄청나게 쏟아붓거든요. 그녀가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사랑을 쏟아붓는 것처럼 말입니다.
 페디는 반냐가 견진성사를 받은 날 저녁에 초대한 손님들 모두에게 젓가락을 내놓을 만큼 호탕하고도 과감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이곳 학교에선 14살이 되면 수업 연장으로 루터교회에 속하는 학생들은 교회에 가서 몇 주간 교리교육을 받습니다. 성사예식 당일에는 결혼식을 치르는 듯 여자 아이들은 흰드레스로 치장을 하고, 남자 아이들은 검정 정장을 합니다. 간단한 예식이 끝나면 가족들은 호텔에 가서 식사를 한 후 저녁에는 집을 개방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돈봉투를 들고 찾아와 밤새 잔치를 벌입니다.

 #"한국에 가서 생부모 찾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픈 사람은 `디아나`입니다. 5살 때 입양돼 지금은 다섯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곳 젊은이들은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잡은 뒤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기보다 일반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한두 해 일을 해서 학자금을 마련한 뒤에 자신의 꿈을 위한 공부를 합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시기에 공부를 하는 엄마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합니다.
 디아나도 남편이 2년 전 교사가 되어 직장을 잡은 뒤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디아나는 2년 정도 공부를 한 뒤 제게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합니다.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에 한국에 가서 생부모를 찾아볼 생각을 갖고 있기에 미리 언어를 배워두려는 심산이지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 입양아를 알고 있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한국을 떠날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만남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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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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