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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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타이완(상) 고해성사를 어떻게 하는 거예요?

고민경 수녀(한국외방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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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원주민 신자들은 신앙보다 일이 우선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필자(왼쪽)와 어르신들.
 
 
   경상남ㆍ북도를 합친 정도 크기인 작은 섬나라. 어느 포르투갈인이 붙인 이름, `포모사`(Formosa,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
 사람들은 대만을 잘 사는 나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억울한(?) 면이 있다. 대만은 원주민 14개 부족과 커지아인, 민난인 등이 함께 사는 작은 나라다.

 대만에 온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첫해는 언어연수, 둘째 해에는 언어실습과 사도직 실습을 했다. 마침내 3년이 되는 해부터 사도직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만 중부 신쥬교구 미아오리지구 타이아족 마을에 있는 따후천주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래 원주민들이 대만의 주인이었지만 중국 본토에서 한족이 넘어오면서 원주민들이 산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산속에 정착해 살게 됐다. 현재 산에 사는 원주민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다.

 대만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150년이 넘었지만, 이들의 신앙은 참으로 가난하게 느껴진다. 천주교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이들만의 독특한 민간신앙(拜拜;바이바이)이 있어 그리스도교 신앙이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신자 원주민들은 언제나 주일미사보다는 집안 행사가 우선이다. 또 교회 행사보다는 개인적인 일이 먼저이고, 대림ㆍ사순ㆍ부활시기 같은 전례시기를 지낼 때도 자신의 일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길을 가다가 교우를 만나면 "주일미사에 참례하라"고 말하는 게 인사가 됐다. 신자는 꽤 많지만 주일미사 참례자는 극소수다. 사순시기에 성당에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Christ)를 준비해 상영했는데 고작 10여 명이 관람했다. 우리 본당 주관으로 원주민본당연합 사순피정을 했을 때도 참석 인원은 많지 않았다.

 3~4월은 죽순이 나는 시기다. 그래서 산에 사는 교우 대부분이 죽순을 따러 가서 성당에 오지 못한 것이다. 신자들을 만날 때마다 "피정에 꼭 참석하라"고 당부했지만 그들은 "하오, 하오"(좋다)라는 대답만 하고 오지 않았다. 정성껏 준비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신자들이 때론 야속한 마음도 들지만 그들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미사가 끝난 후 한자리에 모인 우리 본당 신자들.
 
 
 원주민 마을에 파견된 첫해, 대림시기를 준비하면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과 함께 피정을 한 적이 있다. 언어구사 능력이 부족해 걱정됐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 드렸다. 프로그램 준비부터 강사초대, 식사준비까지 모든 준비를 혼자 했다.

 피정 참가자들은 국어(중국어)보다 원주민 말이 더 편한 60~7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었다. 피정 한 달 전부터 프로그램 내용을 열심히 설명했다. 피정 마지막 날에는 고해성사가 있다고 알려주고 성사보기를 권유했다.

 내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물었다. "고해성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는 거예요?"

 할머니 질문을 받고 당황한 나는 피정 참가자들에게 "고해성사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고 했다. 야속하게도 손을 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세례를 받은 지 40~50년이 지난 분들이라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실망감을 감추고 단원들에게 고해성사 의미와 성사가 주는 은총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성사를 보길 권했다. 피정을 지도하신 신부님도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신자들이 고해성사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잘 이끌어 주셨다.

 어르신 단원들은 중국어를 잘 못해 활동보고를 할 때 원주민어로 이야기한다. 내가 주회합에 참석해 훈화할 때면 중국어로 말한다. 그러면 단장이 다시 원주민어로 통역해 단원들에게 전해준다.

 이곳 레지오 마리애는 2개 마을 신자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루고 있다. 모든 단원이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낮에 산에 올라가서 일해야 한다.

 어르신들은 생강을 재배하고 죽순을 딴다. 재배한 채소를 시장에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어르신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와 주회합에 참석한다. 얼굴에서 피곤함이 잔뜩 느껴지는 데도 기쁜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한다. 모임 후에는 차 한 잔과 다과를 나누고 때로는 가볍게 술도 한 잔씩 한다. 내게 생활의 기쁨을 나눠주시는 어르신들이 존경스럽고 늘 감사하다. 그들 덕분에 행복하게 선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매주 회합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르신들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마와이수!"(감사합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 945201-01-126302
             예금주 : (재)천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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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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