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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의 상처 깊은 콜롬비아에서 용서·화해 외치다

교황, 6일간 사목 방문 “죽음과 폭력보다 강한 하느님 사랑” 거듭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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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야외 미사가 봉헌될 예정인 카르타헤나 인근 콘테카르 항구에서 과달루페 성모 자수를 들고 교황의 도착을 기다리는 신자들. 【콜롬비아=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남미 콜롬비아 국민들을 향해 용서와 화해를 역설했다. 라틴아메리카 주교들에게는 “하느님 백성이 교회이지, 주교나 교황이 교회가 아니다”며 성직주의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교황의 콜롬비아 사목 방문(6~11일)의 절정은 8일 내전의 상처가 가장 깊은 중부 도시 비야비센시오 방문이었다. 이날 국가의 일치를 위한 기도회장 중앙에는 팔다리가 잘려나간 예수 그리스도상이 모셔졌다. ‘보자야의 십자가’라고 불리는 이 성상은 게릴라들이 2002년 성당으로 피신한 난민들에게 포격을 가해 100여 명이 사망한 비극의 현장에서 수습한 것이다.

교황은 “이 십자가는 예수가 당신 백성과 함께 고통받으시는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며 “주님은 사지(四枝)가 잘린 당신 몸을 통해 사랑이 죽음이나 폭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내전의 아픔을 극복해가는 이들의 감동적 증언이 이어졌다. 게릴라들에 의해 아버지와 남편, 어린 자식을 모두 잃은 미라 그라시아라는 여성은 불행을 탓하는 대신 “나와 똑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주님의 은총”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교황은 이들의 증언에 대해 “고통의 이야기인 동시에 용서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며 “불의한 폭력에 고통을 겪고도 용서를 얘기할 수 있는 힘은 주님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야외 미사에서 “진정한 화해가 없으면 평화 노력은 전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화해가 평화의 기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이 무엇보다 화해를 강조한 이유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이 이 나라에 깊은 상처와 갈등의 골을 남겼기 때문이다. 내전 중에 약 25만 명이 사망하고, 6만 명이 실종됐다. 지난해 2월 정부와 무장혁명군(FARC)이 맺은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 투표는 FARC 처벌 면제와 정치 참여 허용 등 일부 조항 때문에 49 : 51로 부결됐다. 이 때문에 재투표 대신 의회가 표결을 통해 평화협정을 승인하고 새로운 평화의 길을 닦고 있다.

이에 앞서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7일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CELAM) 관계자들을 만나 성직자들의 분발과 쇄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우리는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나 통계 수치, 전략 같은 데에 마비되면 안 된다. 하느님 백성의 구체적 상황으로 들어가 발언해야 한다. 그들로부터 시선을 거두면 안 된다”고 주교들에게 당부했다.

또 라틴아메리카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유명한 「메데인 문헌」(1968년)이 탄생한 도시 메데인에서 봉헌된 야외 미사(9일)에서 “구태의연한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문헌이 제시한 대로, 즉 그리스도의 눈과 마음으로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라”고 신자들에게 촉구했다.

교황은 노숙인 시설과 장애인 재활 작업장 등을 찾아가 가난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편, 교황은 10일 카르타헤나에서 포프 모빌(지붕 없는 교황 전용차)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눈가 부위에 상처를 입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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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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