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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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35)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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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의 새 규범들은 로마 기준에서 대단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 문서에 따라 전 세계 모든 교구는 성추행 범죄뿐 아니라 그러한 범죄의 은폐까지도 신고하는 공적이고 접근 가능한 체계를 2020년 6월 1일까지 마련해야 한다.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는 성추행이나 은폐 사례를 알게 되면 반드시 보고해야 하고, 신고한 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관구장 대주교들은 예비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제출받은 교황청 부서들은 시기적절하게 조치해야 한다. 예비 조사 단계에는 평신도 전문가들도 참여하게 된다. 교회 절차에 관한 규범인 만큼 범죄와 은폐를 국가 당국에 신고하는 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국법에 따라 신고할 의무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했다.

한마디로, 이 문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에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약속의 이행 결과물이다. 문서의 영향력은 서구 이외의 지역에서 더 크게 체감될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서유럽 일부 지역에는 이미 상당히 활발한 신고 체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규범들이 어떻게 실행될지에 관한 문제들은 여전히 있다. 지역 차원의 절차나 내부고발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다소 덜 명확하고, 문서 전반적으로 볼 때 교황청에 최종 결정이 주어진다는 면에서 국무원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신앙교리성만 해도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이 수십 건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황청 부서들이 30일 안에 응답해야 한다는 요건이 얼마나 현실적일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자의 교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문제의 해결에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있다.

다른 한편, 우리가 경험상 알고 있듯이 획기적 ‘돌파구’나 ‘전환점’이라는 평이 자자할 때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가끔은, 의도는 아주 좋았으나 소문만큼은 못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서를 평가할 진정한 잣대는, 이 규범들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뿐 아니라 그러한 범죄의 은폐 책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될 것이다.

성추행 소송을 방해하는 주교들, 사건을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애쓰는 주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개혁 노력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가장 큰 문제였다. 근래에 성범죄 성직자 수십 명이 사제직에서 면직된 반면, 은폐를 이유로 공적 제재를 받은 교회 고위관리는 아직 없다. 이러한 책임의 공백은 피해자들과 일반 신자들 모두를 분노하게 했다. 새 규범 하에서는 성추행 은폐도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혐의에 신빙성이 있으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예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자의 교서가 범죄나 처벌을 새로 규정하기보다는 절차적 규범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말은 곧, 일단 절차가 끝나면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주교와 장상들의 성추행 사건 은폐에 관련된 가장 구체적인 정책은 2016년에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교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다.

본래는 은폐 혐의를 다룰 새로운 사법 부서를 신앙교리성 안에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은 진행되지 못했다.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의 특징은 더욱 신속하고 결정적인 처리를 위해 성직자의 부정행위를 형사법으로가 아니라 행정적 문제로 다룬 데 있었던 만큼, 사실 어느 정도 한계를 늘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건들을 재판하는 권한을 가진 주교들을 임명하거나 감독하는 교황청의 여러 부서에 분산시켰던 것이다. 현재까지 몇 건의 혐의들이 접수되었고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해 전혀 알려진 바가 없으며, 그 결과로 내려진 공적 제재도 없었다. 성추행 사건 조사에서 교황청의 핵심 인사인 몰타의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에 따라 지금까지 몇 명의 주교가 조사받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모른다고 잘라 대답했다.

그러니 중요한 문제는 법정이 있고 없고가 아니다. 정책을 시행할 책임이 있는 교황청 부서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원이나 인력 보강, 훈련 같은 비교적 단순한 문제인지, 아니면 더 심각한 문제가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는 결함 있는 운영 체제에서 작동되어야 하는 새로운 앱에 비길 수 있다. 앱이 아무리 근사한들 그 기반이 되는 운영 체제가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면 앱은 멈추거나 오류가 생기고 속을 태울 수밖에 없다.

이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가 나왔다. 교황이 새로 출시한 앱을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려고 할 때마다 앱이 멈추는 일이 없게 하려면, 운영 체제 전반의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존 알렌 주니어 (크럭스 편집장)
※존 알렌 주니어는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존 알렌 주니어 편집장은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그는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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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5-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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