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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의 자극성만 부각하는 영화 경계해야

영화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 구마 사제의 삶과 역할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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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신부(러셀 크로우 분)가 십자가를 들고 소년의 몸에 들어간 악령과 싸우는 영화의 한 장면

구마 사제와 구마 예식을 왜곡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은 영화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원제 The Pope’s Exorcist)이 최근 국내 넷플릭스에도 올라왔다. 지난 5월 개봉 당시 로마에 본부를 둔 국제구마사제협회가 구마 사제의 실제 삶과 역할을 왜곡했다고 비판한 영화다.

구마(驅魔)는 마귀를 몰아 내쫓는 행위다. 교회 밖에서는 퇴마(退魔) 또는 엑소시즘이라고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교도권의 허가를 받은 소수의 사제가 악령에 사로잡혀 고통받는 사람에게 다가가 일정한 예식으로 나쁜 영을 몰아낸다.

이 영화는 바티칸의 구마 사제 가브리엘 신부(러셀 크로우 분)가 스페인의 한 수도원에 가서 소년의 몸에 들어간 강력한 악마를 퇴치하는 줄거리의 공포 스릴러물이다.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과장과 공포, 바티칸의 충격적 비밀을 적절히 섞어 놓았다. 거대한 어둠과 싸우는 신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식상할 정도로 이런 구성법을 따른다.

영화 제작사는 “바티칸이 인정한 최고의 구마 사제 아모르트 신부의 회고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임을 내세운다. ‘바티칸 최고 엑소시스트의 충격 공포 실화’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극에 몰입하다 보면 진짜 적이 악마인지, 아니면 교회 권력인지 헷갈릴 수 있다. ‘다빈치 코드’가 인기를 끌 때에도 그런 혼동과 의심이 유행처럼 일었다.



눈요깃거리만 부각

영화 모티브가 된 가브리엘레 아모르트 신부(성바오로수도회)는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2016년 선종한 유명한 구마 사제다. 국내에도 「구마 사제가 들려주는 구마에 대한 이야기」(가톨릭출판사)와 「구마」(성바오로) 등 저서 2권이 번역돼 나왔다.

국제구마사제협회는 이 영화에 대해 “아모르트 신부의 경험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역사적 실재와 모순될 뿐만 아니라 그가 살고 경험한 것을 왜곡했다”고 평했다. 또 “구마는 비정상적이고 끔찍한 현상이며, 악마의 폭력적 반응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것들은 구마 예식의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과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B급 공포’ 영화로 분류되는 구마 영화들이 가톨릭의 구마를 왜곡하는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이런 부류의 영화들은 선정적인 데다 과장이 심하다. 아모르트 신부의 수제자인 체사레 트루퀴 신부는 “미디어는 그 특성상 구마 예식의 가장 자극적이고 눈요깃거리가 될 만한 측면을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영화들은 악마를 하느님과 대적할 만한 능력을 지닌 신적 존재로 묘사한다. 교회 전통과 가르침에 따르면 악마는 하느님께 반기를 들어 추방된 타락한 천사에 지나지 않는다. 악마는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기적도 행할 수 없다.

이런 영화들은 악마와 가톨릭 예식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구마 영화라고 모두 ‘B급 공포물’은 아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년), 한스 크리스티안 슈미트 감독의 ‘레퀴엠’(2006년) 등은 의미가 풍부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구마 사제, 초대 교회부터 활동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대로 악마는 성경 첫 페이지(여자를 유혹하는 뱀)부터 맨 마지막 페이지(선과 악의 대결)까지 얼굴을 내밀고 활동한다. 이런 악마에 대항하는 구마 사제도 초대 교회 시대부터 있었다. 초대 교회 교부 테르툴리아누스는 “우리가 없다면 몰래 숨어서 여러분의 정신과 육체를 야금야금 파먹는 악령들의 영향에서 놓여날 수 있었겠습니까”라며 구마 사제의 역할을 인정했다. 초세기 신학자 오르게네스는 “구마 예식의 힘은 예수님의 삶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선포하는 동시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했을 때 나온다”고 말했다. 악마와 구마 예식에 대한 이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구마 예식은 계몽주의 시대 들어 ‘미신적’이라는 이유로 주춤했지만, 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영적 회복을 위한 구마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현재 구마 예식은 주교의 허락이나 요청, 지시를 받은 특정 사제만이 거행할 수 있다. 전통 라틴어로 된 기도문이 예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구마사제협회는 교구에 1명씩 구마 전담 사제를 둘 것으로 권장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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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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