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교황청/해외교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글로벌칼럼] (139)시노드와 교회개혁, 그리고 다음 교황/ 로버트 미켄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교회의 미래의 관해 현재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참가자들이 다음 교황을 뽑으면 어떨까? 억지이긴 하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삼천년기에 주님께서 바라고 계신다고 말하는 시노드 교회에서 현재의 교황 선출 방법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 안의 의사결정 구조 과정과 마찬가지로 시대착오적이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는 80세 미만의 추기경만 참가한다. 12억 명에 이르는 남녀 가톨릭신자 중 고작 100여 명만 참석하는데, 모두 남성이고 성직자다. 만일 교회가 추기경만 참석하는 콘클라베를 버리고 좀더 ‘시노드적’인 방법으로 교황을 뽑는다면? 불합리해 보이지도 않는다. 추기경들도 그저 사람이고, 11세기 중반까지 이런 제도는 없었다. 콘클라베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것도 13세기 후반에서야 시작됐다. 교회 역사의 절반도 안 된 전통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주교시노드 대의원단은 콘클라베를 대체할 가장 좋은 대안은 아니다. 진정으로 시노드적인 교회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여전히 주교시노드일 뿐이다. 12억 명의 가톨릭신자 중 평신도, 특히 여성의 비중이 너무 적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 54명을 포함해 평신도를 대의원으로 임명하고 투표권을 부여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칭송하지만, 교황을 포함해 전체 대의원 365명 중 여성은 고작 54명이다. 또 나머지 대다수는 추기경 65명을 포함해 주교들이다.

맞다. 대의원 구성비가 남성으로 많이 치중돼 있고, 이는 교회의 의사결정 및 사목 구조에서 여성이 소외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실 더 높은 단계에서는 더 심하다. 교회개혁 단체들이 이를 비난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합당해 보인다.

현재 많은 개혁 단체 회원들이 로마에 와서 강연회와 토론회 등을 열고 있다. 가장 큰 행사는 10월 둘째 주 로마와 영국 브리스톨에서 열린 ‘평신도가 이끄는 시노드’였다. 이 행사는 다양성을 증진하고 교계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적극 활동하고 있는 국제 네트워크인 ‘무한한 성령’(Spirit Unbounded)이 주관했다. 여기에는 신학자이자 전 베네딕도회 수녀였던 조안 치티스터와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출신의 교회법 변호사이자 전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도 연사로 참가했다. 두 사람은 교회의 현재 위기가 남녀 불평등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치티스터는 진정한 제자직의 공동체에서는 가부장적인 성직주의는 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에 가장 가난한 이는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매컬리스의 강연 제목은 ‘평등의 제자직에서 거부된 이들’이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꼬집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세례성사는 남녀 모두 동등하게 받지만 여성에게는 거부되는 성사(성품성사)가 있다. 채티스터와 매컬리스가 맞다. 미래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시노드 교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노드적이지도 않고 하향식인 교회의 기본적인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세계주교시노드나 사제평의회, 본당 사목회 등 다양한 자문기구가 교회법에 명시돼 있지만, 결정권은 오직 교황, 주교, 본당 주임신부에게만 있다. 자문기구가 무엇을 제안하던 간에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24세’가 되어 자신이 제시한 진정한 교회 개혁을 이룰 누군가가 다음 교황으로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해 개혁성향의 신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이면 87세가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재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중 70를 서임해 ‘사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은 이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의 주교들’이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추기경 중에는 그가 혐오하는 성직중심주의 특성을 가진 이들이 많다. 교황청 외교관이나 교황청 부서장 출신 또한 많다. 이들이 현 교황의 교회 비전에 동감할지라도 종종 무계획적이며 독특한 방식으로 일이 추진되는 것에는 열광하지 않는다. 이들은 교회의 개혁과 쇄신을 지지하지만 제도적 감각을 갖고 좀더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는 사람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계자로 찾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레고리오 17세 정도가 되지 않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더 예측불가능하고 충격적으로 교회를 흔들고 있어, 이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재위하지 않을 후계자를 찾을 수도 있다. 이들이 10년 정도 교황직을 수행할 있는 가장 나쁘지 않은 인물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교황이 사임을 해 교황의 사임이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될 경우에는 좀더 젊은 후보자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어떤 경우든, 교황 선출 방법이 개혁되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되기 전까지 콘클라베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것처럼 21세기를 위한 주님의 계획이라는 시노드 교회와는 동떨어진 채 남아있을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10-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잠언 15장 9절
악인의 길은 주님께서 역겨워하시고 의로움을 추구하는 이는 주님께서 사랑하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