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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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성큼 다가선 교황청

하노이에 교황청 상주 대표부 설치, 중국 관계 개선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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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지난해 7월 27일 교황청을 방문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교황청 상주 대표 사무소 운영 규정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OSV


지난 성탄절 직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교황청 상주 대표부가 설치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폴란드 출신의 외교관 마렉 잘레브스키 대주교를 상주 대표부 대표에 임명했다.

상주 대표부 설치는 완전한 외교 관계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바티칸이 오랜 대화 끝에 아시아 공산 국가의 문을 열고, 이것이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상주 대표부는 양측이 오랜 시간 이어온 만남과 대화의 결실이다.

북베트남은 1975년 사이공을 점령하고 사회주의공화국을 선포한 후 교황 대사를 추방했다. 교황 대표가 거의 반세기 만에 다시 베트남에 들어간 셈이다. 베트남 관영 통신은 “국가와 교회가 역사상의 차이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트남에 복음이 전래된 것은 16세기 무렵이다. 4세기 동안 모진 박해가 있었지만, 아시아에서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복음을 받아들인 데다 프랑스 식민지배 영향으로 가톨릭 뿌리가 깊다. 하지만 베트남 교회는 공산 정부가 들어선 후 극도의 탄압과 감시 속에서 명맥을 유지했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 마찬가지로 바티칸과의 관계 정상화에 소극적이었다. 19세기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에 형성된 ‘가톨릭은 서양 제국주의 종교’라는 인식이 강했다. 또 남북 분단 시절 ‘반공’을 앞세운 친가톨릭 성향의 남베트남 정부는 타도 대상이었다. 특히 공산당 지도부는 교황이 동유럽 공산주의 몰락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을 보고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베트남은 1989년에서야 교황 사절의 입국을 허락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양측의 대화 속도는 매우 더뎠다. 양측은 2008년 공동실무그룹을 만들어 서로 오해를 풀면서 발전적 미래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주교 임명 절차 합의, 국가 주석의 교황청 방문(2009년), 비상주 대표부 운영(2011년) 등을 합의해 나갔다. 공동실무그룹 첫 회의부터 상주대표부 설치까지 15년이 걸렸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앞서 지난해 7월 상주 대표부 설치운영 협정에 서명한 후 “상호 존중과 진지한 대화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또 “교회는 훌륭한 시민과 훌륭한 가톨릭 신자가 되려면 복음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했다. 이는 19세기 사회교리가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교회의 지침이 된 원칙”이라며 정부 관리들의 경계감을 누그러뜨렸다.

현재 교황청은 주교 임명에 앞서 지역 교회와 협의해 작성한 후보자 명단을 정부에 제시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양측은 이를 국가 승인이 아니라 ‘인정’을 받는 절차라고 이해한다. 비정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가 행정부서 장관 임명하듯 일방적으로 주교를 임명하던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바티칸과의 관계 정상화는 외교적 실익이 많다. 바티칸의 외교 원칙은 정치적 중립이다. 또 도덕적 신뢰 속에서 핵확산, 평화 질서, 기후변화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거나 선도한다. 비근한 예로 교황청은 적대적 관계인 미국과 쿠바 간 대화를 중재해 2014년 외교 관계의 물꼬를 터줬다. 가톨릭의 영적 자원과 자선ㆍ교육ㆍ의료 활동 경험은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가톨릭 신자 수는 약 700만 명이다. 주교 41명, 신부 8000명, 본당 3000개, 신학교 7개, 교회 운영 시설 7700개가 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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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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