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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54)신학생과 젊은 사제를 꾸짖는 교황 /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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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가톨릭교회의 신학생들에게 ‘작은 괴물’로 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사제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과거의 제의를 입는 일을 꾸짖었다. 그러고는 젊은 사제와 신학생들이 로마의 제의 가게에서 수단과 모자, 화려하게 장식된 장백의를 입어보는 것은 ‘추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처럼 성직주의에 분통을 터뜨렸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가 된 이후 11년 동안 성직주의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성직주의가 교회와 교회의 구성원에 상처를 주는 ‘재앙’과 ‘전염병’이라며, 교황직 내내 이를 꾸짖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중에는 “성스럽고 충실한 하느님 백성들이 구조적 성직주의로 받는 경멸과 혹사, 소외감을 겸손하게 인내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직주의가 교회 계도 안에 뿌리 깊이 박혀있다는 교황의 지적은 옳다. 성직주의는 사고방식과 정신에 깊이 뿌리 박혀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아마도 더 궁극적인 문제의 증상에 불과하다. 신학생과 사제들의 머릿속에 박힌 생각은 바로 이들은 ‘성스러운 사제직’이라는 성소를 받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품을 받기 전인 양성 시기에서부터 성직주의가 시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황은 2월 6~10일 교황청 주관으로 열린 사제 평생 교육 관련 회의에서 “사제 양성을 어떤 구별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사제 양성은 사제와 평신도, 남성과 여성, 독신자와 부부, 노인과 청년을 포함한 하느님의 백성의 헌신에 맡겨져야 하고, 여기에는 우리에게 가르쳐 줄 것이 많은 가난한 이와 고통받는 이가 소외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안에 성직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는 사제와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걷는 시노달리타스에 그 해답이 있다고 믿고 있다. 교황은 사제 평생 교육 회의에서 “사제들은 자신이 하느님 백성의 온전한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사제직을 잘 수행할 수 있다”면서 “성스럽고 충실한 하느님 백성의 여정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 백성의 한 부분임을 깨달을 때 사제직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하느님 백성과는 다른 구별되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제는 결국 “신경질증에 빠진 귀족이 되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사제의 진정한 ‘신분증’은 계속되는 봉사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가 타인을 위해 봉사할 때 그리고 양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때에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계속되는 봉사의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특히 신자들의 고해성사를 들을 때 자비롭고 상냥하게 대하라고 전했다. 교황은 “신자들은 용서를 청하러 오지 신학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러니 항상 자비롭게 용서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의 이러한 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황이 “사제들의 사기를 꺾고 괴롭힌다”고 비난한다. 이들은 교회의 최고 입법권자인 교황이 “내가 누구라고 사람들을 판단하는가?”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분개하고 있다. 이들은 교황이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말로는 판단이야말로 바로 교황의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교황은 너무나 진보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실제로 교황에 대한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그가 이단자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 사람들은 교황의 견해와 가르침은 이단이며 가톨릭 신앙을 약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의 한 전통주의자 사제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정통성과 전례에 대한 충실함, 자신들의 가르침, 사목적 열정”을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성직주의를 둘러싼 갈등 안에서 ‘단순히 세례를 받은’ 하느님 백성의 위치는 어디일까? 심지어 평신도들도 성직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교황이 지적한 대로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젊은 사제들과 그리고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이 교황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향후 두 세대 동안 가톨릭교회 안에서 ‘종’이 되거나 ‘귀족’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다음 교황이 이러한 전통주의적인 성향을 용인하고 이에 동조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은 끝이 날 것이다. 그 후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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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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