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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다윗의 길, 솔로몬의 길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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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이 결국 어려워진 것 같다. 올해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만 해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곧 가시적으로 진전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후 지금까지 북미 간 협상이 교착되면서 불확실성에 빠진 것 같다.

지난 10월 북한을 방문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 측 인사의 첫 번째 질문이 “우리가 리비아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였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 가다피 정권이 내전과 나토의 공습으로 붕괴된 것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리비아 붕괴에는 다른 배경이 있다. 리비아의 가다피는 자국 통화로 금(金)에 기반한 ‘디나르’라는 화폐를 만들었다. 이는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았던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프랑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가다피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범아프리카 통화로 ‘골드 디나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석유 거래 통화인 달러화를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즉 프랑스의 북아프리카 지역 영향력에 대한 도전에서 더 나아가 미국의 핵심 이익인 ‘석유-달러 체제’(petro-dollar system)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나아간 것이었다.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공습과 그 공습에 프랑스가 가장 앞장서게 됐던 데에는 석유와 화폐를 둘러싼 국제정치가 배경이 된 것이다.

북한은 산유국도 아니며, ‘석유-달러 체제’에 도전할 수도 없다. 다만 강대국이 독점하고 있는 ‘핵비확산체제’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를 위해 핵을 보유한다는 ‘핵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이 오히려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핵보유를 바탕으로 미국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이 되는 것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줄 것인지 의문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조금씩이나마 움직이고 있지만 미국이 움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비난도 조금씩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를 압박한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을 더욱 확대했다. 이러한 패권국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근본적 열쇠를 갖고 있는 국가는 바로 북한 자신이 아닐까?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상응 조치 없이도 먼저 북한이 진전된 조치를 취하는 적극적 행동을 권유하고 싶다. 이렇게 될 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단계적 제재 해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패권국 미국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길보다 지혜로 이스라엘을 번성시킨 솔로몬의 길을 선택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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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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