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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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46. 어머니의 사랑인가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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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어머니는 딸들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십니다. 언니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이혼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했는데 언니보다 어머니가 더 자존심 상해 하고 화를 내시더니 기어코 언니를 이혼시키고 지금은 집에서 데리고 사십니다. 저 또한 어머니의 사랑 아닌 사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시집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며 언니처럼 후회하지 말고 그냥 부모님과 살자고 하십니다. 저는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도 있는데 어머니는 막무가내이십니다. 저희 어머니가 왜 이러시는지요. 다른 집에서는 딸들이 시집을 안 가서 야단인데 우리 집은 왜 이런 것일까요?
 

 A. 자매님 마음이 매우 착잡하겠습니다. 남자친구를 따르자니 어머니가 우시고 어머니를 따르자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그렇고…. 우선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머니가 가진 문제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융합이란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계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벌이시는 것입니다. 융합이란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 나무가 어린 때는 다닥다닥 붙여서 키워도 되지만 어른나무가 되려면 서로 간에 공간이 있어야 하듯이 사람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려면 거리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융합현상을 가진 사람들은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자신을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늘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물론 부모 마음이야 다 같지만 융합현상을 가진 사람들은 도가 지나쳐 아예 자기 옆에 애완견처럼 묶어서 키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어른이 됐는데도 우리 애라고 하면서 끝까지 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질적인 것으로 도움을 줘 부모에게 의존하게 만듭니다. 심지어는 언니처럼 이미 결혼했는데도 부모가 개입해 파혼시키고 집에서 데리고 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딸과 엄마가 마치 친구처럼 붙어 다니면서 일상을 살아갑니다.

 얼핏 보면 사이가 좋은 부모ㆍ자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집을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무모한 마음과 그런 부모에게 그저 아이처럼 의존하려고 하는 자식 간에 보이지 않는 협상이 빚은 기형적 삶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족들에게 왜 서로 간에 분리되지 않는가 하고 물으면 양쪽 다 이유가 분분합니다. 우선 부모님들은 아직 자식이 독립할 준비가 안 돼서 그렇다고 하시고, 자식들은 자기들은 부모님을 버릴 수 없다고 하거나 혹은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려고 하는 순간에 자신이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고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만 같은 공황 상태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떨어지지를 못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선 삶의 생동감을 잃어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상관없이 자기 혼자만의 놀이를 하면서 내적 성장을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혼자 놀 때에 "아, 우리 애가 다 컸네!" 하는 안도감을 갖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혼자 놀지 못하다 보면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어 그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면서 진부하고 생기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이런 가정에서는 개성이란 용납이 되질 않습니다. 자기 개성을 포기해야 가정이란 우리 안에서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기에 그저 부모님의 뜻을 따라 사는 짝퉁 효자나 효녀가 돼 심리적으로 일찍 노화기에 접어듭니다. 이런 관계는 대체로 한 사람은 보호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보호받는 위치에 있지만 양쪽 다 서로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면 고독감, 불안감은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지만 자기만의 삶을 만들지 못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마치 유령처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돼 갑니다. 그래서 돌봐주던 사람들이 죽고 나면 심한 우울증과 무력감에 사로잡혀서 방안에서 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우리나라 윤리는 아이들의 가출을 금기시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아이들은 가출을 꿈꾸어야 합니다. 부모를 떠나 자신의 인생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건강한 가출 욕구가 이런 병적 결합관계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책입니다.


   ※홍성남 신부님과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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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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