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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갈매기가 물고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이유

장영림 수녀 타우영성심리상담소장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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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림 수녀 타우영성심리상담소장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수도생활을 시작하고 정말 고되고 힘들었던 시련기라는 4년간의 양성 기간을 보내며 본당에서 마지막 실습 수련을 마쳤다. 그리고 본원으로 첫 서원 준비 피정을 들어간 내게 뜻밖의 성소 위기가 닥쳤다. 당황한 나는 잠시 나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위해 부모님도 모르게 부산에 있는 오빠 집에 가서 기도하며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한때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수도 성소와 결혼 성소의 갈등과 혼란까지 겪어야 했다.

마음의 방향을 잃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해운대 바닷가를 산책하다 그곳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오륙도를 돌아오는 유람선을 탔다. 승선하는 사람들이 더러 새우깡을 사는 것을 보고 간식으로 먹으려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배가 출발하자 어디선가 수많은 갈매기 때가 유람선을 에워싸고 ‘까욱’거리며 배 위를 날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일제히 새우깡을 갈매기들에게 던져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몹시 마음이 불편했다. 옆에 있는 사람이 그런 나를 의아한 모습으로 바라보기에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며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잠시 맛본 세상에 실망감과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새우깡 따위에는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갈매기 한 마리가 저 높은 하늘 위를 유유히 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조나단이다!” 하고 외쳤다.

그날 마음의 결정을 하고 다음 날 짐을 싸서 한 달 만에 수녀원으로 돌아가 지금껏 수도자로 살고 있다. 나의 청소년 시절, 꿈을 키워주었던 리차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이 그 순간 방향키가 돼준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갈매기가 물고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이유’와 같은 사색을 하지 않고 사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자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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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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