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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지팡이만

[월간 꿈 CUM] 꿈CUM 묵상_예수의 일생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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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예수(제주 성이시돌 목장 새미은총의 동산 조형물)


사진을 보시죠. 성경의 어떤 장면을 표현한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는 장면입니다. 제자들은 파견에 앞서 예수님으로부터 안수를 받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예수님의 제자들이니까, 사진 속 예수님의 손에 마음으로 안수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안수를 받으셨나요? 그러면 이제 파견받은 우리들의 사명에 대해 묵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마르 6,7-9)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돈과 식량, 여벌 옷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딱 하나! 지팡이만 허락하셨습니다. 물론 마태오복음 10장 8-10절과 루카복음 9장 3절에서는 지팡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으시지만, 마르코복음에서는 지팡이를 허락하십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세 복음서에서 각각 말하는 지팡이에는 각각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팡이’ 하면 성경과 관련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그렇습니다. 모세의 지팡이를 여러분은 아실 것입니다. 40년 동안 파라오 궁전에 살았던 모세는 살인을 저지른 후 광야로 도망쳐 다시 40년을 살았습니다. 그 막바지에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집트 궁정과 광야의 상황을 모두 알게 한 후 이스라엘 백성을 탈출시키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르심을 받은 모세는 겁을 먹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하느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딥니다.”(탈출 4,10) 그러자 하느님은 당신이 함께하실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지팡이를 내어주십니다. “이 지팡이를 손에 잡아라. 너는 그것으로 표징들을 일으킬 것이다.”(탈출 4,17) 모세는 이 지팡이를 들고 이집트로 가서 파라오를 굴복시킵니다. 그리고 이 지팡이로 바다를 갈랐고, 바위를 쳐서 샘물을 열었습니다.

지팡이는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모세의 능력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지팡이 하나만을 가지고 가라는 말씀은 “오직 하느님의 능력 하나만 가지고 가라”는 의미입니다.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서에서 ‘지팡이조차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할 때의 그 지팡이는 모든 세속적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고, 마르코 복음에서 ‘지팡이만 가지고 가라’고 할 때의 그 지팡이는 오직 하느님의 능력 하나만 품고 가라는 뜻입니다.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내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도 가끔은 이런 신비를 간과할 때가 있습니다. 강연할 때 어떤 때는 준비 없이 가서 평소 하던 대로 입만 나불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청중들의 반응이 어김없이 미지근합니다. 하지만 성령에 휩싸여 뜨거움 속에서 하느님을 증거하면 이내 청중들의 반응도 뜨거워집니다. 교만하면 성령께서 역사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힘으로 하는 것과 내 힘으로 하는 것의 차이는 이렇게 큽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우리를 파견하시면서 인간적인 모든 판단과 욕심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안수하시는 것은 당신의 능력을 가지고 세상에 나가라는 의미입니다. 얼마 전 한 자매님이 “신부님! 저는 모든 노력을 다해 성당에서 봉사하는데 신자들이 내 말을 따라오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노력으로 하니까 그런 것입니다. 하느님의 능력으로 하느님의 뜻을 전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이 그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 주십니다.

전대에 돈과 식량, 여벌 옷 등 내 것들로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지팡이 하나만 들고 가면 됩니다.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할 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사과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입니다. 사과나무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그런데 내 힘으로 하면 고작 1개 정도의 사과만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힘으로 하면 자루가 터질 만큼 100만 개의 사과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꿈CUM 지도신부, 성 바오로 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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