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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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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성소 담당 시절, 성소자 모임을 하면 축구를 하거나 북한산에 오르는 일정을 자주 잡곤 했다. 넓은 공간에서 뛰고, 높은 곳을 오르며 땀을 흘리다 보면 ‘함께’ ‘동행’이라는 공감대를 갖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축구나 등산은 힘들수록 주변을 보게 되고,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종목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신학생으로 필리핀에 있을 때, 공부보다 축구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학생 담당 신부님으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구를 하다가 무릎 관절을 다쳐 병원에서 6개월 동안 물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신부님으로부터 “더 열심히 뛰어 다치지 않도록 하라”는 격려 아닌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땐 운동하며 공부하는 게 머리가 더 맑아진다는 느낌도 있었다. 시험이나 숙제가 많아도 축구는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다시피 했다. 지금도 분주한 일정 가운데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곧장 운동장으로 달려가 축구를 하곤 한다.

사실 힘든 것에 주안점을 두면 늘 시련과 직면하며 살아가는 우리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이 순간에도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는 사람들, 운동장에서 힘들게 운동하는 사람들, 국제 자선 단체 소속으로 외지에서 공동선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있다. 힘들다는 그 자체만 바라보면, 그들은 굳이 땀을 흘리지 못할 것이다.

신앙인은 시련이나 고통이 수반되는 그 이면에 있는 정의와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신뢰를 갖는 일이다. 수고와 노동의 대가를 일일이 받지 않고 누군가의 희망을 위해 지원한 사람들, 그들은 단지 시련만을 보지 않는다.

아무리 욕심을 비우고 축구를 해도 순간적인 감정을 누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실수와 오해를 반복하면서 같이 땀을 흘리며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관을 발견하고, 행여나 신앙에 시련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체험한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본당에서의 봉사직에도 잘 알려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수판 신부(도미니코 수도회 한국 로사리오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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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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