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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생 내 인생

[월간 꿈 CUM] 꿈CUM 신앙칼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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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르신들 말씀,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맞다. 집 나가면 돈 깨지고 몸 축난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가 개고생이라고 부르는, 그 무의미하게 보이는 역경을 통해 성장해 왔다.

타인과 갈등 없는 청정한 삶을 원한다면 친구도 사귀지 말고, 애인도 만들지 말고, 집 안에 틀어박혀 살면 된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실연의 고통도 없다. 하지만 성장하기 위해선 집 밖을 나가야 하고, 온갖 개고생을 해야 한다. 친구를 사귀고, 사랑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해 간다.

이러한 개인적 문제를 사회 역사적 차원으로 확장시켜 보면, 개고생의 위대함은 명확해진다. 왕자 싯다르타는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평생 편안히 살 수 있었는데도, 결국에는 집을 나갔고(出家), 그 결과로 해탈의 열매를 얻었다. 공자(孔子)가 14년 동안 제자들과 함께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개고생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바오로 사도도 개고생이라면 할 말이 많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2코린 11,27)라고 썼다.

개고생의 결정판은 예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는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며 집 나온 고생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광야에서 단식할 때 ‘개고생 하지 말라’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을 단호히 물리쳤다.

사순 시기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다. 개고생하신다. 빌라도가 사면하려고 했을 때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아 결국에는 십자가 고생의 길을 자청했다. 이 개고생의 길이 없었다면 어쩔뻔했나. 그 피와 땀, 고생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서 부활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만약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한다면 고생을 피할 이유가 없다. 그리스도께서 직접 고생에 정면으로 맞섰기 때문이다. 십자가 고생이 없다면 부활도 없다. 개고생은 개고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고생 자체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영적 사다리다. 예수님은 우리의 개고생을 모른 척하시지 않는다. 개고생을 피하기 위해 집에 앉아있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집에서 나가자.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개고생하며 달려보자. 결승선에는 부활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옛날 어르신들 말씀, 틀린 것 하나도 없다.

“개고생 끝에 낙이 온다.” 


글 _ 우광호 발행인
원주교구 출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 언론에 몸담아 가톨릭평화방송·가톨릭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 및 주간을 지냈다. 저서로 「유대인 이야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성당평전」, 엮은 책으로 「경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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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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