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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월간 꿈 CUM] 꿈CUM 수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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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나 생각 가운데서 이분법적 사고는 짐짓 무리한 점도 있지만 편리할 때도 있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 동물과 식물. 남자와 여자. 그런 가운데 ‘너’와 ‘나’라는 것도 있다. 김춘수 시인이 노래한 「꽃」이란 시 끝부분에 나오는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의 ‘너’와 ‘나’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나누어보면 나 한 사람과 나를 제외한 모든 너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소중한 사람은 물론 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나 한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모든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떠한 세상에도 나 혼자서만 살아가는 세상은 없기에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이 너의 소중성에 대해서 잊고 있는 듯싶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나의 시 「풀꽃」에 있어서도 마지막 구절 ‘너도 그렇다’가 임팩트 있는 문장이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입들을 모아 말하는데 만약 이 부분을 ‘나만 그렇다’고 썼다면 이 시는 애당초 시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그만큼 너의 존재가 크고 무거운 것이다.

인생은 끝없이 나 한 사람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과의 소통이나 공감, 관계 맺음에서 비롯한다. 너와 나의 관계가 원활하고 부드러울 때 우리는 얼마든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삶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반대일 때 실패한 삶이 될 것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나도 초창기 시를 쓸 때 오로지 나의 문제, 나의 정서에만 집착해서 시를 썼다. 나만의 호소와 고백이 시의 소재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후기로 오면서 나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정서나 삶에 대해서도 나의 시로 바꾸어 차용(借用)하기 시작했다. 그런 뒤로 독자들의 평가 또한 좋아지는 변화가 생겼다.

실상 그러하다. 예수나 석가나 공자와 같은 인류의 스승들이 가르친 영원한 화두는 나의 문제에 있지 않고 너의 문제에 있었다. 예수의 긍휼, 석가의 자비, 공자의 측은지심(仁)은 당신들 자신의 문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동시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생긴 마음이고 가르침이다.

정말로 그건 그러하다. 오로지 나의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눈을 들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자. 그러노라면 나의 문제도 부드럽게 풀리고 나의 인생도 폭넓은 인생, 부드러운 인생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란 말이 있다. 우선은 내가 너에게 잘해놓고 보아야 할 일이다. 

 


글 _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현재 공주에 거주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문학 서적 100여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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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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