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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황석두 “지상의 과거 대신 천상(天上)의 과거에 급제하겠다”

[ 윤영선 교수의 우리 성인을 만나다] 10. 성 황석두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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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작 ‘성 황석두 루카’

출 생 | 1813년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
순 교 | 1866년(53세) 갈매못 / 군문효수
신 분 | 회장



1866년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순교

주님 수난 성금요일은 주님 부활 대축일 직전의 금요일이다. 예수님께서 수난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이다. 이날은 우리를 대신하여 희생하신 주님의 십자가 무게를 다시금 묵상하게 된다. 박해 중의 교회는 어쩌면 매일이 수난절이고 일상이 골고타였다. 신앙 선조들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살기도 죽기도 했다. 그들은 기왕에 따라나선 십자가의 길에서 죽음마저 예수님을 닮고자 했다. 마침내 1866년 3월 30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우리 주님처럼 순교하게 해달라는 그들의 염원이 이루어졌다. 십자가 위 주님께서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하신 초대의 말씀이 장엄한 순교로 화답된 것이다.



다블뤼 주교 순교길에 끝까지 동행

성 황석두 루카는 충청도 연풍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 남짓에 과거를 보러 갔다가 돌아와서는 지상의 과거 대신 천상(天上)의 과거에 급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노한 부친이 작두까지 들이대며 배교를 강요하였으나, 성인은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벙어리처럼 지내며 모진 핍박을 견디어 냈다. 말없이 십자가를 지고 가신 주님처럼 성인의 침묵은 소리 없는 외침이자 복음 선포였다. 결국 부친과 가족들까지 모두 입교하였기 때문이다.

시련을 영광으로 바꾼 황 루카는 전교 회장이 되어 전국을 다니며 선교 사제들을 도왔다. 사제들의 손과 발이 되고, 얼굴과 입이 되어 그들의 선포가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소명을 다하였다. 1866년 사순 시기, 이미 체포된 다블뤼 주교는 황 루카에게 피신을 권하였다. 하지만 ‘황 루카는 떠나기를 거절하고, 자기의 스승인 동시에 아버지인 분을 따라가겠노라’(달레, 「한국천주교회사」下, 429쪽) 선언하며 주교님의 순교길에 끝까지 동행했다. 하느님 나라까지 회장의 소명을 다한 것이다.



하느님 사랑을 향한 황소 같은 열정

눈 덮인 겨울, 성인의 고향인 충북 괴산의 연풍성지에 도착하였다. 너른 대지에 산을 병풍처럼 두른 연풍은 재 너머 펼쳐지는 일출과 일몰이 모두 아름다운 곳이었다. 올 때마다 정갈하고 좋은 분위기인데 눈 쌓인 연풍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성인의 묘소를 참배하고 갈매못에서 함께 순교하신 성인들의 성상도 만났다. 성모님 앞에서는 초에 불을 켜면서 간절한 기도를 담았다. 그리고 미사 중에 가족과 이웃을 기억했다. 그리스도와 그를 닮은 순교자와 우리 자신을 떠올리며,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라는 어느 사제의 말씀처럼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뉘우쳤다.

미사를 마치고 성전을 나서니 황석두 루카 성인이 오로지 하느님 사랑을 향한 황소 같은 고집과 열정으로 우뚝 서 계신다. “아 성인이시여 올바른 일(주님을 사랑하는 일)에 당신만큼 온전히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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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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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3장 18절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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