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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54> 성경에 나오는 눈물을 담는 병은 무엇인가요?

각자 눈물병에 눈물 모아 소중히 간직, 사람이 죽으면 그 눈물병도 함께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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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에스파한 박물관에 전시된 눈물병.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Quo Vadis Domine)"라는 베드로의 질문을 제목으로 한 영화 `쿼바디스`에 폭군 네로가 눈물을 억지로 짜내 병에 담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네로의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났던 베드로 사도는 도망치던 중 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회개하고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로 신앙을 증거한다. 네로 황제는 그리스도교인을 탄압하려고 로마 시가지에 불을 놓고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네로는 눈물단지를 가져오게 한 뒤 긴 대롱에 억지로 짜내듯 눈물을 받아 담는다.

 페르시아에서는 장례식을 주례하는 사제가 손에 면 헝겊을 들고 있다가 가족과 친지들이 눈물을 흘리면 바닥에 떨어진 눈물을 정성껏 닦은 후 병에다 짜넣고 아주 조심스럽게 보관하는 관습이 있었다. 또 죽음의 고통이 극에 달할 때 장례식에서 모은 눈물을 입 속에 한 방울 떨어뜨리면 죽어가던 사람이 소생하는 것으로 믿기도 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도 눈물을 받아두는 병이 있었다. 이 눈물단지들은 유리나 질그릇 같은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눈물단지 대부분은 밑 부분이 넓은 대신 목이 호리호리하고 깔때기 모양의 주둥이를 갖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한 토기로 만든 것을 사용했다. 이 눈물단지는 가정에 어떤 재난이 생겼거나 마음이 상해 눈물을 흘리게 될 때, 흐르는 눈물을 모아 보관하는 데 쓰였다.

 식구들은 제각기 눈물병을 하나씩 갖고 있었는데, 슬픈 일로 눈물을 흘리는 동안 눈 아래에 병을 대고 흐르는 눈물을 병에 담았다. 그리고는 병을 밀봉해 집안의 잘 보이는 곳에 보관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재난이 생기면 그 눈물병을 챙겨서 그 재난이 일어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물병을 매우 소중하게 간직하고 성스럽게 여겼다. 사람이 죽으면 그의 눈물병을 함께 매장했다. 이 눈물단지를 깨뜨리거나 그 안의 눈물을 쏟아 풍습대로 함께 매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큰 수치로 여겼다.

 시편에 눈물단지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저는 뜨내기, 당신께서 적어 두셨습니다. 제 눈물을 당신 부대에 담으소서. 당신 책에 적혀 있지 않습니까?"(시편 56,9).

 신약성경에 죄인인 한 여인이 눈물로 예수님 발을 씻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자신의 눈물단지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루카 7,38).

 눈물은 인간의 격한 감정과 슬픔을 표현한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비탄, 애도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눈물은 겸손, 좌절, 실망의 상징으로 이런 인간적 감정과 연관돼 나타난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라자로의 죽음에 몹시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신다. 그리고 그를 다시 살리시는데, 예수님 눈물은 사랑의 표현과 인간적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요한 11,1-44). 바오로 사도도 사목자로서 신자들을 향한 걱정과 연민 때문에 자주 눈물을 흘렸다(2코린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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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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