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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61. 모세는 왜 구리 뱀을 장대에 달아 놓았을까

구리 뱀, 죄와 배신 넘어서는 하느님 사랑… 영원한 생명 얻게 하려는 십자가 사건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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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와 구리 뱀`(틴토레토 작, 1576년).
 
 
   성경의 시작인 창세기에 처음 나오는 뱀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범하도록 유혹하는 악마의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창세 3장). 그러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 앞에 보인 장대에 감긴 구리 뱀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예시(豫示)한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3,14-15). 이 십자가 사건의 예형은 구약시대의 `구리 뱀 사건`(민수 21장)이다.

 이집트를 탈출해 사막생활을 할 때 부족한 음식과 물 때문에 노예생활을 다시 그리워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 벌하신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이집트 탈출 후 광야생활을 하는 동안 주변 다른 민족들에게 항상 생존의 위협을 겪어야 했다. 한 곳에 안주하는 생활이 아니었고, 약속의 땅을 찾을 때까지 돌아다니고 방랑해야 하는 삶이었다. 이러한 생활 중에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민수 21,5-9).

 하느님의 자비는 그것을 쳐다보는 사람은 누구나 목숨을 건지게 하셨다. 이처럼 모세를 통해 하느님께서 구원의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구리 뱀이다. 당시 매일 끊임없이 장소를 이동해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이방인 신의 유혹을 받았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구리 뱀 사건을 통해 체험한 것은 구원과 풍요는 인간의 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충실과 신뢰 속에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구리 뱀은 이미 그 자체가 백성의 배신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 그리고 생명이라는 하느님 선물이 드러난 상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죄와 배신을 넘어서는 하느님 사랑이며,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구리 뱀은 신약에서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예수님에 비유된다. 십자가 자체가 세상에 구원과 생명을 주기보다는 십자가에 높이 달려 못 박혀 돌아가신 사람의 아들, 즉 하느님 스스로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이다. 구원은 아래로부터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내려오는 하느님 은총임을 나타낸다.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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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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