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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66. 성경에서 세리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로마 총독 위임받아 세금 걷으며 수탈 자행…동족 착취하는 배신자로 미움ㆍ경멸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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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리들(이탈리아 작가 미상, 16세기경).
 
 
  신약성경에는 세리들이 많이 등장한다. 유다인 사회에서 일부 직업 종사자들은 천대를 받았다. 예를 들어 수공업의 경우 업종 자체가 사회적으로 천대를 받았으며, 여자와 함께 일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무척 낮은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심한 경멸과 미움을 받고 법의 보호로부터도 제외됐던 사람들이 바로 세리들이었다.

 이들은 유다인 사회에서 구제받을 수 없는 죄인들로 간주됐다. 로마는 유다인에게 여러 종류의 조세와 관세, 인두세, 토지세, 악명 높았던 통행세, 시장세, 물품세 등을 거뒀다. 로마 총독의 위임을 받아 세금을 징수하던 세리들은 자본가 계층의 일원이었다. 세금 징수권을 독점하고 그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수탈을 자행했기에 유다인에게 원성을 샀다.

 예수님 시대 정식 공무원이었던 세금 징수원과 세리는 구별됐다. 세금 징수원들은 인두세와 토지세를 관장하는 정부 관리였다. 그들은 주민에게 능력에 따라 세액을 할당하고 국가 권력에 의해 합리적 절차를 밟아 세금을 받았다. 그리고 그 금액의 일부를 봉급으로 받았다.

 그런데 세리들은 일정 기간 어떤 지역의 통행세를 받을 권리를 지니게 된 세관장에게 소속된 부하 직원들이었다. 세리들에겐 각종 공민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배심원이나 공증인이 될 수 없었다. 특히 세리들이 유다인들의 극심한 천대를 받았던 이유는 그들이 보인 부패와 부조리 때문이었다.

 세관장들은 공개 입찰에 의해 예상 세입을 선불로 로마인에게 지불해야 했다. 그러니 입찰을 따낸 다음에는 일정 기간 자신이 투자한 돈 이상으로 수입을 갖기를 원할 수밖에 없었다. 세액을 책정하고 징수함으로써 경비와 이윤을 포함한 선불금을 회수했다. 따라서 세리들은 통행세를 징수할 때 무슨 조건을 붙여서라도 정해진 세금 이외에 자신들 호주머니를 채울 돈을 주민들로부터 더 걷어냈다(루카 3,12 참조).

 그러니 지역 주민의 미움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세리들은 가장 악질적 집단으로 동족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사람들로 간주됐다. 따라서 유다인 사회에서 세리들은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도 미움과 경멸의 대상이 됐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수하는 로마 제국의 하수인이며 대리인들이었던 것이다. 대부분 유다인이었던 세리들이 동족에게 이런 악행을 저질렀으므로 이방인 또는 죄인들과 같은 부류로 취급됐다. 따라서 세리들은 유다인 사회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하고 추방됐다.

 세리들에게 제시된 회개의 조건은 매우 엄격했다. 자신들의 직업을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남들로부터 부당하게 빼앗은 몫에 5분의 1을 더해 되돌려줘야 했다. 이러한 혹독한 회개의 조건으로 인해 그들에게 하느님의 구원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세리들의 우두머리인 자캐오의 집을 방문하셨다(루카 19,1-10). 예수님은 세리인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기도 했다(마르 2,13-17). 바리사이파들은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어울린다고 몹시 못마땅해 했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고 말씀하셨다.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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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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