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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83. 성경에서 족보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구약, 혈통보다는 신앙의 맥 잇는 ''계보''… 예수 족보에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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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호사르트, `성모와 아기 예수`, 1527년경,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성경에는 여러 개의 족보가 나온다. 길게 이어지는 족보를 읽다 보면, 족보가 그저 무미건조한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성경 속에 기록된 족보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경 저자의 신학적 의도가 담겨 있다. 성경은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인간의 신앙 사건과 체험을 중심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성경에서 하느님께서 인간의 삶 속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계심을 알게 하려고 역사나 족보의 기록을 사용하고 있다.

 유다인들은 예로부터 족보를 `탄생의 책`이라고 부르면서 무척 중요시했다(창세기 5장). 족보는 이스라엘의 기원이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됐으며, 또한 그들이 하느님의 선택된 민족임을 보여준다(창세 1-11).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종살이를 하다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스라엘 민족은 뿌리가 하찮은 노예 민족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거룩한 자손`임을 밝혀주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족보들은 보통 직선적인 족보 형태로 세대별로 한 명씩 기록했다. 이런 족보의 목적은 맨 마지막에 거론되는 사람이 적자의 권리를 상속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족보는 성경의 사건을 담기 위한 그릇이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구약의 족보는 혈통보다는 신앙의 맥을 잇는 계보로써 중요하다. 구약성경에서의 족보는 신앙의 계보를 밝히고 이스라엘 종족의 신앙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간접적인 신앙생활 지침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약성경의 마태오 복음(1장)과 루카 복음(3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는 기존 족보와 기록 방식이 다르다. 신약 성경의 족보는 예수님께서 구약에서 계시로써 약속해온 메시아임을 밝히고 있다.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태 1,1).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들려줌으로써 그리스도께서 구약의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그리하여 이 모든 세대의 수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이다"(마태 1,16-17).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서 여인들의 이름이 예수님의 족보에 나타난다. 마태오는 여인들의 이름을 예수님의 족보에 언급해 다윗의 후손이 끊기려는 순간마다 하느님이 직접 개입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마태오 복음에 등장하는 족보에 이미 하느님의 섭리는 남녀를 초월해서 모든 인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었다. 이처럼 신약성경의 예수 족보에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참 가족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인간의 혈통보다 더 중요한 새로운 신앙 공동체에 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4-35). 하느님의 구원을 위해 믿음의 족보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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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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