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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86. 성경에서 포도주의 의미는 무엇인가?

새로운 계약 맺으려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 인류 구원 위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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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유 르 냉, `포도주 잔을 든 성모 마리아`, 17세기께, 유화, 렌 미술관, 프랑스.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월절 축제의 저녁 식사 때 엄격한 순서에 따라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고 포도주를 마셨다. 이들은 포도주를 잔에 가득 채워 기도를 드린 후, 네 번에 걸쳐 온 가족이 돌아가며 마셨다. 하느님께서 "나는 이집트의 강제 노동에서 너희를 빼내고, 그 종살이에서 너희를 구해내겠다. 팔을 뻗어 큰 심판을 내려서 너희를 구원하겠다. 그러고 나서 나는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너희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탈출 6,6-7)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집트에서의 해방이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과월절 역시 네 단계로 기념하면서 네 번에 걸쳐 포도주를 마셨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세 번째 잔이 가장 중요하다. 세 번째 잔을 채우면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자비와 축복을 비는 긴 기도를 바치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님이 최후 만찬 때 이 세 번째 잔을 들고 축복의 기도를 하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도주는 많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성찬 전례에서 포도주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포도주는 미사 중에 거행되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한다. 결국 포도주는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하여 흘리신 예수님께서 흘리신 피에 대한 성사적 표지가 된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 또한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참여하고 그분 안에 머무르게 하는 계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루카 22, 20).

 성경에서 예수님은 특별히 새 포도주에 관해 언급하셨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르 2,22). 여기서 새 포도주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에 비유한 것이다. 새 포도주는 구원받았을 때의 삶의 기쁨과 풍요로움과 관련돼 있다.

 포도주와 부대를 수식하는 `새`라는 부사도 다른 의미를 지녔다. `새 포도주`라는 단어에 사용된 헬라어 `네오스`(neos)는 양적인 면에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면, `새 부대`에 사용된 헬라어 `카이노스`(kainos)라는 단어는 질적인 면에서 새로워진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라고 말할 때도(1코린 5,17) 이 단어가 쓰였다. 이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복사품이나 모조품이 아니라 종류와 질에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으면 새 포도주가 그 가죽부대를 터뜨려서 포도주는 쏟아지고, 가죽 부대를 못 쓰게 된다는 것도 같은 논리이다. 그래서 새 포도주는 반드시 새 가죽부대에 보관해야 했다. 결론은 새로운 내용은 새로운 용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을 과거의 율법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말이다.

 포도주는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의 상징이 됐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리스도의 피로 변화되어 예수 그리스도가 온전히 우리 가운데 현존해 계신다는 사실을 보증해 줬다.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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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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