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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궁금증] 87. 성경에서 순례는 어떤 의미인가?

구약에선 계약의 궤 안치된 예루살렘 순례… 그리스도인 삶 자체가 주님 향한 순례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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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스텔라, `엠마우스의 순례자들`, 17세기께, 유화, 낭트 미술관, 프랑스.
 
   "윤형중 신부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서소문 성지에 관해 걱정이 태산이셨어요. 이곳 순교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성지를 개발하지 못한 것을 굉장히 안타까워하셨지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서울대교구장님이 이렇게 관심을 두시니 참 다행입니다. 윤형중 신부님이 열심히 하늘나라에서 전구하고 계신가 봐요."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만난 나이 지긋하신 어느 수녀님께서 나에게 다가와 하신 말씀이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9월 2일 교구 내 성지들을 묶어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을 선포했다. 교구가 순례길을 공식 선포하기는 1831년 조선대목구 설정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지난 10일에는 한국 주교단이 서울대교구 성지순례에 나섰다. 성신교정 성당 김대건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치고 온종일 걸어서 순례하고 절두산 성지에서 마침 미사를 봉헌했다. 주교님들과 수도자들, 신자들이 함께한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관련된 성스런 땅을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경신행위의 하나다. 순례의 기원은 뚜렷하지 않지만 유다교에서 이스라엘 남자들이 유월절과 오순절 및 초막절 등 매년 3번씩 예루살렘의 성전에 가서 그들이 수확한 곡식을 바치던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그리스도교 시대에 들어오면 순례는 신에 대한 흠숭의 의미뿐 아니라 회개하는 행위나 성인에 대한 존경의 행위로 인식됐다.

 이스라엘 안에 많은 순례 장소가 있었다. 대부분 이 장소들은 거룩한 역사와 관계가 있는 성소들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곳으로 그들의 하느님을 찾아갔다(창세 35,1-7).

 구약에서는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에 제단을 쌓고 하느님을 불렀다. "그는 그곳을 떠나 베텔 동쪽의 산악 지방으로 가서, 서쪽으로는 베텔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아이가 보이는 곳에 천막을 쳤다. 그는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다"(창세 12,8). 여러 중요성을 지닌 성소들, 특히 스켐(여호 24,25), 베텔(1사무 10,3), 브에르세바(아모 5,5)에서는 순례 집회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계약의 궤가 안치돼 있던 실로의 성소에서는 매년 하느님의 축제가 거행됐다. "그들은 마침내 말하였다. `그래, 해마다 실로에서 주님의 축제가 열리지!` 실로는 베텔 북쪽, 베텔에서 스켐으로 올라가는 큰길 동쪽으로, 르보나 남쪽에 있었다"(판관 21,19). 그런데 다윗이 계약의 궤를 예루살렘에 옮기고 솔로몬의 성전이 세워진(1열왕 5-8) 이후 유다인들에게 예루살렘 순례가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됐다.

 신약에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그분의 인격이 새 성전이 되셨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 예배의 중심이 되셨다. 그리하여 지상에 더이상 성소로서의 장소가 없어지고 만다(요한 2,19-21). 이때부터 하느님의 백성의 삶 자체가 진정한 종말론적 순례가 됐다.

 "사실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습니다"(히브 13,14).교회는 초대교회부터 그리스도 삶이나 성인들의 삶 안에서 드러난 그리스도의 현존 장소를 순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늘날도 순례는 신자들에게 신앙과 기도 안에 친교를 보여 주는 기회를 제공하며 주님을 향해 여행하는 기회가 된다.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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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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