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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궁금증] 88. 성경에서 이혼은 어떻게 이야기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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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데릭 앙리 쇼팽, `황비 조세핀의 이혼`, 1851년, 유채, 말메종과 부아프레오성, 프랑스.
 
   고대 사회에서 남자는 별 어려움 없이 그의 아내와 이혼할 수 있었고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아내가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경우 당연하게 이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약성서는 이혼을 하느님이 싫어하는 행위로 표현한다. "정녕 나는 아내를 내쫓는 짓을 싫어한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는 제 옷을 폭력으로 뒤덮는 자다.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제 목숨을 소중히 여겨 배신하지 마라"(말라 2,16).

 가정을 중시하는 이스라엘인들은 실제로는 이혼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성경에서는 이혼 사유를 여자가 추한 일을 행했을 경우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남자가 여자를 맞아들여 혼인하였는데, 그 여자에게서 추한 것이 드러나 눈에 들지 않을 경우, 이혼 증서를 써서 손에 쥐어 주고 자기 집에서 내보낼 수 있다"(신명 24,1).

 유다인에게는 부부가 갈라지는 것이 허락됐다. 다만 이혼할 수 있는 주도권은 남편에게만 있었다. 이혼을 당하는 여자는 이혼장이 있어야 이후에 다른 남자와 혼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남자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편리한 도구로 변질됐다. 그래서 간단히 이혼장만 써 주면 남편은 자기의 아내를 내쫓을 수가 있었다.

 성경에서 언급한 이혼 규정은 본래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 남자는 남성 위주의 혼인법을 통해 성적 방종을 허락받았고, 결국 여자는 남자가 버리거나 취할 수 있는 소유물로 전락했다.

 이러한 남성 중심적인 이스라엘의 사회풍속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를 통해 이혼에 대해 엄격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마태 5,32). 이는 단순히 `이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아내를 보호하고 사랑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혼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인간의 근본적인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이혼장을 써주고 결혼을 파기하려는 남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예수님은 남성 중심의 혼인법에 맞서 이혼을 금지함으로써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 하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혼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인간의 근본적인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이처럼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이혼에 대한 금지는 당시 절대적인 약자였던 여성과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려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이는 본래 모세 율법의 정신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의 인격적인 결합을 강조하셨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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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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