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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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21.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⑪

십자가는 온갖 은총 담고 있는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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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코 팔메자노 작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 소장.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성녀의 다양한 이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성녀 데레사의 영성과 기도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도 계속 그 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성녀 데레사의 이해에는 다양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우선 성녀는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주님 수난에 대한 역설적인 부분에 주목하는 가운데 그분의 수난 앞에서 놀라움과 당혹감을 자주 드러냈습니다. 다시 말해 수난하고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신 예수님 안에서 참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며 신앙을 고백했던 백인대장의 태도(마르 15,39)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습니다.

또한 성녀는 루카 복음에 나타난 그리스도 신자의 모델이자 우리를 앞서 가는 안내자요 수장으로서의 예수님의 모습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고통의 길 맨 앞에 서서 나아가시는 용맹하신 대장님, 이처럼 헌신적인 벗과 함께라면, 사람은 무엇이든 참아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의지, 우리의 힘이시며 벗으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시는 일이 도무지 없습니다. 그분은 진실한 친구이십니다.”(자서전 22,6)

뿐만 아니라 성녀는 요한 복음이 전하는 주님의 수난 가운데 계시되는 하느님의 영광에 대해서도 주목하며 이를 자신의 영성 안에 담아냈습니다. 성녀는 주님이 자신에게 나타나실 때면 언제나 영광스럽게 되신 육신을 통해 나타나신다는 점을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거의 늘 부활의 영광 중에 나타나셨습니다. 거룩한 대제병에서 당신을 나타내 보이실 때에도 같았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필요에 따라 어떤 때에는 십자가를 지신 모습도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항상 부활하신 몸으로 발현하셨습니다.”(자서전 29,4)



회심의 원동력이 된 주님 수난에 대한 묵상

주님의 수난에 대한 깊은 묵상과 이를 자신의 영성생활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성녀에게는 많은 결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회심’입니다. 주님 수난의 의미를 깊이 깨달아 갈수록 성녀는 더욱더 회심의 여정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성녀의 영적 여정에는 성성을 향한 큰 회심이 5번 있었습니다. 그 중 2~4번째 회심은 특히 주님의 수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르멜 수도 성소를 놓고 고민할 때, 성녀는 인류를 향해 겪으신 주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자신의 일생을 봉헌하기로 결심하며 수도 성소를 택하게 됩니다.(2번째 회심) 또한 수도 서원을 발한 후 한동안 기도를 놓았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게 해 준 힘의 원천 역시 주님 수난에 대한 묵상이었습니다.(3번째 회심)

주님 수난에 대한 이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4번째 회심으로 1554년 어느 축일에 있었던 체험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성녀는 강생수녀원 경당에 모셔 놓은 기둥에 묶여 채찍질 당하며 피땀을 흘리던 예수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성상을 보며 마음이 산산 조각날 정도로 강렬한 주님 수난과 자비에 대해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 상처가 말해 주는 헤아릴 길 없는 사랑에…저는 제 구세주 발밑에 엎드려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주님의 마음을 상해 드리지 않게 힘을 주십사고 애원하였습니다.” (자서전 9,1) 이렇듯 주님의 수난을 깊이 깨달은 시기들로부터 시작해서 성녀는 주님을 향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수난에 대한 깨달음에서 죄에 대한 자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묵상은 성녀를 죄에 대한 묵상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주님의 수난은 성녀가 본 죄의 개념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한 마디로, 인류의 죄, 우리의 죄, 아니 구체적으로는 나의 죄로 인해 주님께서 수난받고 돌아가셨음을 성녀는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성녀에 따르면, 죄는 근본적으로 그리스도를 통해, 좀 더 정확히 말해 그분의 수난을 통해 사랑의 대화를 건네시는 하느님을 거부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이제 죄는 기도의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성녀에게 있어서 기도는 “주님과의 우정의 관계를 깊이 있게 해 나가는 장(場)”(자서전 8,5)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은 그분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이며 그 관계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기도하지 않는 것 역시 성녀에게는 죄가 됩니다. 성녀에 따르면, 기도 없이는 절대 그리스도와의 사랑의 관계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죄는 그분의 부르심을 거부하고 그분으로부터 멀어지는 데 있습니다. 이렇듯 성녀에게 있어서 죄는 단순히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서 더 깊은 영성적인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혹여 신앙생활에 안주하거나 나태한 여러분의 모습이 보이거든, 자주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십자가는 온갖 은총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해 여러분에게 필요한 은총들을 선사해 주실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성녀 데레사처럼 새로운 회심의 여정으로 들어설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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