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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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 23.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⑬

부활하신 그리스도, 천상에서 누릴 지복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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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 데레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체험을 기점으로 여타 모든 그리스도의 신비(강생, 공생활, 수난, 죽음 등)를 이해했다. 그림은 ‘그리스도의 부활’.

장차 천상에서 누리게 될 지복을 예시하는 주님의 부활

지난 여러 지면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에 대한 성녀 데레사의 신심을 살펴보았습니다. 성녀는 주님의 수난에 대한 애틋한 정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애정은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님의 부활 안에서 통합돼 드러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주님의 부활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죄를 넘어서 하느님의 사랑이 마침내 승리한 결정적 사건입니다. 인류는 이를 통해 구원됐으며 모든 시대의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고 받아들임으로써 죽음 이후에 누리게 될 영복(永福)을 미리 앞당겨 살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장차 살게 될 미래의 삶을 계시하기 때문입니다.

성녀 데레사는 이러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를 잘 알았고, 이 진리 안에서 자신의 영적 여정의 종착점을 보았습니다. 성녀는 1556년 ‘영적 약혼’의 은총을 받은 이후 임종할 때까지 수십 년간 그리스도에 대한 현시 체험을 했습니다. 그 체험에서 성녀가 만난 예수님은 주로 수난의 상흔(傷痕)을 간직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분의 몸은 백옥같이 빛나는 부활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영광의 주님과의 만남은 성녀로 하여금 장차 천상에서 누리게 될 지복(至福)을 미리 맛보게 함으로써 기쁨으로 충만하게 했습니다. 그 때문에 성녀는 자연스레 탈혼(extasis)에 빠지곤 했습니다.

“임께서 당신 영광과 지존하심을 크나큰 빛 가운데 나타내시려 하실 적이면, 이 환시는 어떻게나 세차고 맹렬한지 어떤 영혼도 만일 하느님께서 자별하신 초자연적 도움으로 황홀경에나 탈혼으로 끌어들이지 않으신다면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할 것입니다”(「자서전」 28,9).

동시에 부활의 주님에 대한 현시 체험은 성녀의 영혼 안에 그분을 더욱더 깊이 각인시키고 동시에 그분에 대한 사랑을 불타오르게 한 촉매제가 됐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초자연적인 현시를 통한 체험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기 영혼 가장 깊은 곳에 거하시는 주님과의 교감을 통해서도 이루어졌습니다. 성녀는 자기 영혼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관상하곤 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진 부활하신 주님과의 교감(交感)은 주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더욱더 심화시켜 주었고 이는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성녀의 영적 변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과 피조물로부터의 이탈을 촉진하는 주님의 부활


부활하셔서 영광을 누리고 계신 예수님에 대한 황홀한 체험은 성녀 데레사로 하여금 덧없이 지나가는 이 세상 피조물들을 초개와 같이 여기는 이탈(離脫)의 정신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영광 중에 계신 주님을 뵈온 후론, 물, 들판, 꽃, 향내, 음악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들을 볼 때면, 그것을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통상 제가 보는 것과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그런 것들 때문에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것들은 제게 쓰레기일 뿐입니다”(「영적 보고서」 1,18).

그러나 동시에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그분의 빛 안에서 피조물들이 지닌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 끌어안아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가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성녀에게 예수님의 부활은 여타 모든 피조물을 이해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사도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성녀 역시 모든 피조물이 주님의 영광을 지향하며 그분 안에서 새롭게 통합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모든 피조물이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빛 아래서 자신의 진면목(眞面目)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선상에서 그리스도 신자는 그리스도의 구원 역사를 오늘 여기서 새롭게 반복하는 가운데 그분의 부활을 앞당겨 체험하게 됩니다.



여타 그리스도의 신비들을 이해하는 기준인 부활

주님 부활에 대한 성녀의 신심에서 특기할 것은, 공생활을 비롯해 수난 등 주님의 생애와 관련한 신비체험에서 성녀는 언제나 영광스럽게 되신 육신과 더불어 그리스도를 보았다는 점입니다. 성녀는 ‘부활’의 관점에서 그리스도와 관련된 모든 사건에 다가갔습니다. 복음사가들이 부활 사건에서부터 출발해서 그리스도의 생애를 뒤돌아보며 관상했듯이, 성녀 데레사 역시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체험을 기점으로 여타 모든 그리스도의 신비(강생, 공생활, 수난, 죽음 등)를 이해했습니다. 이는 곧, 성녀가 그리스도와 맺는 인격적인 관계의 중심에 그분의 부활 사건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성녀 데레사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부활하신 예수님, 지금 여기 살아계시고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의미합니다.

이런 부활의 예수님은 성녀의 영성 생활에서 상당한 반향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쁘거든 부활하신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그분이 어떻게 무덤에서 나오셨는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을 기쁘게 해 줄 겁니다. 더 나아가, 얼마나 한 광채와 아름다움 그리고 위엄을 갖고 개선하셨는지,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상상해 보십시오!”(「완덕의 길」 42,4)

그러므로 우리도 성녀와 함께 우리들의 일상에서 주님 부활의 빛으로 피조물에 대한 이탈의 정신을, 주님을 향한 사랑을, 그리고 장차 천상에서 누리게 될 지복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가야 하겠습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가톨릭평화신문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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