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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26.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16)

예수, 인류 구원의 정점이자 은총 세계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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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레사 성녀는 예수님을 왕으로 고백하고 모셨다. 그림은 왕관을 받아 쓰시는 왕이신 그리스도.

 
창조 세계와 구원 세계의 왕이신 예수님

성녀 데레사가 예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받아들인 그분의 모습 가운데에는 ‘왕’ 또는 ‘임금님’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회 체제가 완전히 달라져 중세처럼 절대 권력을 지닌 ‘왕’이라는 칭호가 전설 속의 용어로만 회자되나, 성녀 데레사가 살던 시대의 ‘왕’은 여전히 한 국가의 초석이자 통치의 주체로 국가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성녀는 가톨릭 세계의 수호자이자 맨발 가르멜회 창립의 적극적 후원자인 펠리페 2세로부터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간적 체험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에게서 왕의 모습을 읽어내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녀는 ‘창조’와 ‘구원’이라는 관점에서 ‘왕’이란 칭호를 예수님께 부여했습니다. 성녀가 예수님을 ‘왕’으로 고백한 것은, 그분이 창조 세계의 왕이자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은 모든 피조물에 대한 통치권을 갖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오, 나의 주님, 나의 임금님! 당신께서 갖추신 그 존엄하심을 나타낼 수 있다면! 당신이 가장 높으신 임금님이시라는 것은 주님 자체에 기인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자서전」 37장 6절). 왕이신 예수님에 대한 성녀의 고백에는 일차적으로 그분을 ‘하느님’으로 흠숭했던 성녀의 깊은 신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녀는 구원 역사의 흐름 안에서 예수님이 ‘왕’이심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분이야말로 구원 역사의 정점에 서 계신 분으로 인류를 향한 하느님 계획의 완성을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성녀는 예수님을 인류 구원의 정점이자 은총 세계의 ‘왕’으로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왕’의 모습을 창조 질서에서 드러나는 ‘왕’의 모습보다 훨씬 더 선호했습니다.

이런 개념들을 바탕으로 성녀는 왕이신 그리스도의 품위를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하고 가르쳤습니다.

①존재론적인 관점에서 본 왕의 품위: 그분은 하느님이자 창조의 중개자로서 모든 만물의 주인이자 왕이 되십니다.

②수난의 관점에서 본 영적인 왕의 품위: 예수님은 수난을 통해 성부께 순명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시는 한에서 영적인 왕이 되십니다.

③부활의 관점에서 본 영적인 왕의 품위: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승리하심으로써 그 대가로 당신과 우리를 위해 부활의 영광을 얻어주셨다는 의미에서 영적인 왕이 되십니다. 죽음에 맞서 승리하신 주님께서는 창조 세계와 구원된 세계, 이 모든 세계의 왕이자 주님이 되십니다.



인간 내면세계의 왕이신 예수님

또한 성녀는 우리 영혼을 ‘성’ 또는 ‘궁궐’로 보고 예수님을 그 궁궐의 왕으로 보았습니다. “더없이 능하시고, 더없이 지혜로우시고, 더없이 깨끗하시고, 더없이 모든 복이 그득하신 임금님이 낙을 가지시는 곳의 그 궁이 여러분 생각에는 어떻게 느껴집니까?”(「영혼의 성」 1궁방 1장 1절). 그분은 영혼 안에 거하시는 가운데 인간을 아름답게 해주시는 당사자이시자 그 중심에서부터 당신을 향해 인간의 모든 능력들을 끌어들이는 분이십니다. 성녀는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를 우리 내면 왕국의 왕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영혼의 집을 바탕으로 우리와 더불어 우정의 대화를 나누고자 하십니다. 이렇게 그분과 우정을 나누는 것이 곧 기도이자 영성생활입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은 인간 편에서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인간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함으로써 자기를 온전히 내어줄 수 있게 됩니다. 바로 그분의 고통 속에서 우리는 그분의 사랑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녀 데레사는 바로 여기서 왕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를 도움으로써 보상을 받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저는 보수 없이 임금님께 시중드는 헌신적인 용감한 기사를 본받는 것이 지극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자서전」 15장 11절). 이렇듯 성녀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왕이신 그분의 품위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선상에서 성녀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그분의 십자가에 동참함으로써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도록 초대받았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위대하신 임금님의 신부인가 아닌가 이것부터 따집시다. 신부라면, 어느 여자가 그 남편이 당하는 치욕을 같이 당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명예고 불명예고 다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완덕의 길」 19장 2절).

그런데 그리스도의 수난은 부활 사건을 통해 충만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성녀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뿐만 아니라 영광스러운 부활의 모습에서도 왕이신 그분의 품위를 발견했습니다. 즉, 성녀는 예수님께서 수난의 모욕을 참아 받으면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당신 부활의 영광으로 인도해주시는 것을 보며 그분을 왕으로 고백했습니다.

‘왕’이신 예수님의 이미지는 앞서 살펴본 ‘신랑’의 이미지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창조 세계와 은총 세계의 왕이시라고 한다면, 그분을 ‘신랑’으로 모시는 우리는 이러한 그분과의 혼인적 관계 안에서 ‘왕’이신 그분의 품위를 나눠 받습니다. 그분이 왕이시면 우리는 그분의 정배인 ‘왕비’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곧 ‘왕비’로서의 우리 자신의 고귀한 품위를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은총 질서 안에서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는 고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또한 성녀 데레사와 함께 예수님을 우리의 임금님으로 고백하며 우리를 당신의 왕비로 불러주심에 감사드려야겠습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



가톨릭평화신문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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