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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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0. 성녀 데레사의 기도 가르침③

“카리타스=하느님과의 우정=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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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7궁방을 그린 내면의 성. 각 궁방은 사랑의 밀도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초자연적인 사랑이 성장하는 공간인 기도

성녀 데레사가 바라본 기도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성녀는 기도를 “하느님과 단둘이서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자서전」 8,5)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성녀가 말한 ‘우정의 나눔’은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우정을 나누는 대상이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성녀 데레사 시대의 신학에 바탕을 마련해 준 성 토마스는 자신의 대표작인 「신학대전」 2부 2권 23문항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향주덕(믿음ㆍ희망ㆍ사랑) 가운데 하나이자 초자연적인 사랑인 ‘카리타스(caritas)’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우정으로 소개했습니다. “카리타스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우정이다.” 그러므로 성녀 데레사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과 성 토마스의 ‘카리타스’에 대한 정의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정’, 구체적으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우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비록 3세기라는 시대적인 차이가 있지만, 성 토마스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우정을 초자연적 사랑, 즉 ‘카리타스’라고 정의했고, 그보다 3세기 후에 성녀 데레사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우정을 ‘기도’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이 두 성인의 ‘사랑’과 ‘기도’에 대한 정의에 있어 공통분모인 ‘우정’ 개념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등식을 발견하게 됩니다. 카리타스 = 하느님과의 우정 = 기도



하느님의 내리사랑과 인간의 상승적 사랑이 일치하는 장(場)

그런데 이 ‘카리타스’에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조건 없는 내리사랑(‘아가페’)과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영원함, 진리를 향한 상승적 사랑(‘에로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카리타스’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상호 간의 인격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거기에 더해, 성 토마스는 둘 사이의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를 더욱 깊이 표현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받아들인 ‘우정’ 개념을 덧붙였습니다.

이제 이러한 성 토마스의 ‘카리타스’에 대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우리는 성녀 데레사의 기도를 다음과 같이 풀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즉,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우정의 나눔으로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내리사랑이 드러나고 인간이 간직한 하느님을 향한 신적 열망이 천상을 향해 불타오르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함으로써 그분과 사랑의 일치를 실현하는 공간입니다.



사랑의 밀도 차이를 드러내는 기도의 단계

주지하다시피, 성녀 데레사는 「영혼의 성」에서 우리 영혼의 중심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7개의 방을 거쳐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각 방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결국은 하나의 방에서 좀 더 안쪽의 다른 방으로 갈수록 ‘하느님과 나 사이의 사랑’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영혼이 커다란 성이고 그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데, 거기에 어떻게 들어가며 또 그 안에 있는 여러 방들은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쯤에 있으며, 거기를 어떻게 거쳐야 성 한가운데 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가 하고 묻습니다.

성녀가 말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하느님과 나 사이의 사랑의 관계의 밀도를 깊이 있게 해 나가라는 것이지 상징적인 것을 실제로 믿고 따르라는 게 아닙니다. 성 토마스 역시 「신학대전」 2부 2권에서 이 현세에서 천상을 향해 걷는 여정자인 인간이 여정에 진보하기 위해 해야 할 핵심적인 일은 하느님과 나누는 사랑의 관계의 밀도를 깊이 있게 해 나가는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선상에서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을 이해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성녀가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서 1궁방부터 7궁방까지 단계를 나누는 것은 실제로 그런 공간들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나 사이의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가 발전되어 가는 밀도의 정도가 그렇게 다르다는 말입니다.



먼저 사랑의 미소를 건네시는 하느님

그러므로 기도는 기본적으로 하느님과 나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우정’, ‘사랑’이라는 틀에서 그 관계를 봐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이 관계에서 하느님이 주도권을 쥐고 계시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먼저 인간이 되셔서 우리 곁에 다가와 말을 건네고 사랑을 전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폰 발타사르 같은 현대 신학자는 이러한 하느님의 주도권을 엄마와 아기 사이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스스로 미소 짓지 못합니다. 엄마가 먼저 그 아기에게 미소를 건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줄 때 그는 비로소 미소 지으며 세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인간이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위해 강생하시고 다가와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가운데 참된 사랑을 보여주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기도에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곁에,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감지하는 일로, 그분께서 먼저 자신을 열어놓고 당신의 숨은 모습을 드러내시며 우리를 사랑으로 초대하신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분의 현존을 받아들이며 그분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응답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랑의 체험이 없다면 기도는 피상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참선을 하고 단전호흡을 하는 등 별의별 좋은 방법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그건 준비 운동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과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그럼으로써 그분과 서로 인격적인 교감을 나누는 가운데 관계 속으로 엮여 들어가는 일입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가톨릭평화신문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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