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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상징] 20 - 열쇠 베드로의 열쇠는 불변하는 마음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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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 수위권 성당 마당에 있는 조각상. 사진제공=주호식 신부
 


고등학교 때 프랜치스 치셤 신부의 숭고한 일생을 다룬 「천국의 열쇠」(A.J.크로닌 지음)를 읽고 무척 감동을 받았던 생각이 난다. 내가 신학교를 가기로 결심하는 데에 그 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열쇠는 자물쇠를 열고 닫는 데 쓰이는 금속기구다. 모양은 동서양에서 달랐지만 자물쇠와 함께 문단속을 하거나 귀중품을 간직한 기물을 잠그는 데 사용했음은 같았다. 옛날 사람들은 천국이나 지옥이 모두 문으로 잠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열쇠는 능력과 권세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또한 열쇠는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이에게 주어졌다. 고대사회에서도 열쇠가 열고 닫는 대상에 비해 열쇠 자체는 매우 작은 것이었기에 힘을 상징한다. 따라서 열쇠에는 힘, 신비, 독점 등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쇠는 B.C. 2000년 무렵의 것으로 이집트 사원 벽화에서 발견된 큰 칫솔 모양의 목제열쇠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주부의 열쇠는 가정에서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또 어느 시기가 되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열쇠를 물려주는데 이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뒤를 이어 집안일을 위임받는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장남에게만 은으로 만든 자물쇠를 물려줬는데, 생명을 장남에게 단단히 이어준다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구약에서 열쇠는 그 집안의 청지기, 믿을 수 있는 하인, 가사를 전담하도록 주인이 택한 사람에게 주어졌다. 이사야서에서 예루살렘을 책망 하시면서 진실한 관리자들이 예루살렘을 돌보게 될 날을 예언했다. "나는 다윗 집안의 열쇠를 그의 어깨에 메어 주리니 그가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그가 닫으면 열 사람이 없으리라"(이사 2,22). 이 구절은 새 관리자에게 주어진 권세 외에도 열쇠가 신뢰와 책임의 이미지임을 암시한다. 열쇠를 맡기는 사람 처지에서는 열쇠가 청지기의 성품에 대한 신뢰와 신임의 상징이고 받은 사람 처지에서는 책임의 상징이다.
 성경에 나오는 열쇠에 관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시는 장면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 베드로는 그리스도에 관한 고백으로 예수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을 수 있었다. 베드로는 지상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천국에서의 활동에 책임을 지게 됐다. 왜냐면 베드로가 받은 열쇠는 땅에 있는 것과 하늘에 있는 것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님은 율법을 가르치는 율법학자들이 오히려 진실한 하느님에 이르는 길로 가는 것을 방해했다고 개탄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루카 11,52).
 구세주는 하늘나라뿐 아니라 저승과 죽음의 문도 여는 권한과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다. "살아 있는 자다. 나는 죽었었지만, 보라, 영원무궁토록 살아 있다. 나는 죽음과 저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 (묵시 1,18). 열쇠는 출입을 통제하기에 그렇게 비유했던 것 같다.
 5세기 이후의 석관과 성화에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나중에 시대가 흐르면서 베드로의 열쇠는 불변하는 믿음을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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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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