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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상징] 38. 관[冠] : 최고 영예와 권력 나타내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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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이 주교 시절에 쓰던 주교관.
가톨릭대 전례박물관 김수환 추기경방에 소장돼 있다.
 


"왜 추기경님 입관 할 때 주교관을 안 쓰셨죠? 아침에 한 브리핑 내용이랑 다른데요." 2월 19일 김수환 추기경님 입관예절을 마친 직후 기자들이 몰려와 질문을 쏟아냈다.
 김수환 추기경님 장례기간 내내 각 언론사 취재진은 한 순간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전반적 장례일정은 물론 관의 소재, 크기, 입관 예절 순서와 동선, 수의 종류, 운구과정 등 쏟아지는 질문은 끝이 없었다. 김수환 추기경님 입관 예절이 있던 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추기경님께서 영원히 안식하시게 될 관에 대해 설명을 했다.
 "평소 소박하게 장례를 부탁했던 김 추기경님 유지에 따라서 특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삼나무 소재 관을 쓰시게 된다. 다만 일반적인 관의 길이보다 30cm정도가 길다. 머리에 쓰시는 주교관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입관 과정에서는 주교관은 빠졌다.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주교십자가와 반지도 빠졌음은 물론이다. 장례위원회가 김수환 추기경의 평소의 검소한 삶과 모든 장례 절차를 간소하게 할 것을 당부하셨던 뜻을 따라 부장품 없이 입관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추기경과 고위성직자라는 무게에서 벗어나 하느님 품안에 `자연인 김수환`으로 돌아가고 싶으실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대신 신자나 신부님들 장례 때와 마찬가지로 평소 기도할 때 사용하던 나무묵주 하나만 손에 쥔 채 김수환 추기경님은 흙으로 돌아가셨다. 설명을 듣는 기자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예로부터 유럽에서는 국왕이나 성직자나 군인 등이 관을 쓰는 풍습이 있었다. 신분제도와 더불어 발달했으며, 의례적인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왕이나 지배자들이 쓰는 관은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외적 표시이다. 관은 보통 보석과 진주로 호화스런 장식을 한다. 관 자체가 강대한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신화에서 관을 받은 자는 신들의 보호 아래 있다. 이집트에서 황금으로 만든 관은 그 자체가 신성한 것으로서 태앙과 빛의 상징이 됐다. 신화에서 신들이 쓰는 관은 우주를 지배하는 힘을 나타낸다. 유다인 전승에도 태양과 달 등으로 장식된 다윗의 관에 대한 것이 있다. 이처럼 왕이 머리에 쓰는 관은 그 권력과 위엄의 상징이다.
 성경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이 "그를 은혜로운 복으로 맞으시고 그의 머리에 순금의 왕관을 씌우셨습니다"(시편 21,4)라며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대목이 나온다. 순금 왕관은 최고 영예와 권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불충한 자들에게 내리는 징벌과 몰락을 왕관을 벗기는 것에 비유했다(예레 13,18).
 또한 면류관은 대제사장, 왕, 왕후,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 등이 썼던 관으로 영광, 권위, 위엄, 승리를 상징했다. 면류관은 존엄과 명성을 주는 것으로, 영예를 잃으면 존엄과 명성도 잃게 된다(애가 5,16).
 사도 바오로는 운동선수들이 화관을 얻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듯 신앙면에서 영생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1코린 9,25). 십자가에 못박히실 때 예수님은 가시로 만든 관을 쓰셨다(마태 27,29).
 가톨릭교회의 주교관(Mitra)도 특별한 품위의 상징으로 주교가 전례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쓴다. 이 주교관은 고대 페르시아에 등장하는 빛과 진리의 신인 미트라스(Mitras)의 모자에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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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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