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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 성경의 땅을 가다] (4) 2000년 전 바오로 사도의 숨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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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로코린토 산기슭에 위치한 코린토 유적지.
정면 건물은 박물관이다.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코린토 운하에 도착했다. 이오니아해와 에게해를 잇는 이 운하는 뱃길 320km를 단축시킬 수 있어 로마시대 여러 황제들이 운하 건설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6000여 명의 노예를 동원해 운하를 건설하려던 네로 황제의 계획이 이민족 침입으로 중단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1893년 마침내 뱃길이 열렸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저 멀리 운하를 통과하는 배가 보였다. 다리 아래 까마득한 절벽과 검푸른 바다가 아찔하다.
 운하에서 잠시 휴식을 마치고 버스는 코린토 유적지를 향해 달렸다. 코린토 시에서 약 8km 떨어진 아크로코린토 산기슭에 코린토 유적지가 있다. 코린토는 그리스 남북 육상교통의 요지인 동시에 해상교통의 요지로, 고대부터 상업과 무역으로 번영을 이뤘다. 그러나 풍요로운 코린토는 타락과 방탕, 향락의 도시로도 유명했고 우상숭배도 극에 달한 곳이었다.
 드디어 버스 창 너머로 해발 575m에 위치한 아크로코린토가 보였다. 고대 코린토인들은 지진과 잦은 외부 침입을 피해 이 산 위에 요새를 짓고 살았다. 당시 산비탈에 많은 사원과 신전이 있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배가 들어오면 항구에서 아프로디테 신전에 이르는 길에 수백 명의 신전 창녀들이 줄을 지었다고 한다.
 코린토 유적지 초입에 아담한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신석기 시대부터 미케네 시대에 이르는 유물,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시저 일족의 동상 등 코린토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코린토 유적지 안에는 기원전 6세기께 태양신 아폴로를 위해 지어진 신전이 있다. 건축 당시에는 38개 기둥이 있는 신전이었으나 지금은 7개의 기둥과 흔적만 남아 있다. 넓게 펼쳐진 아고라 터는 당시 크게 번성한 코린토의 생활과 문화를 전해주는 듯했다.
 사도 바오로는 2차 전도여행 때 그리스 남부 아카이아에 건너가 코린토 교회를 세웠다(사도 18,1-17). 당시 코린토는 그리스인과 로마인, 유다인 등 여러 인종이 어울려 사는 다원사회였다. 유다인들에게 종교 이단자로 고발된 바오로 사도가 아카이아 총독 갈리오의 재판을 받았던 그 자리에 서서 그 옛날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긴 수염, 마른 뺨의 평범한 얼굴, 빛나는 눈빛, 보통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넘치는 열정으로 당당하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 바오로의 모습을.
 바오로는 코린토에서도 손수 일을 해 생계비와 전도 비용을 마련했다. 그는 이곳에서 폰토스 출신 유다인 부부 아퀼라와 프리스킬라를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며 천막 만드는 일을 했다. 로마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박해를 피해 코린토로 온 이들 부부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2000년 전 지금 이곳에서 바오로 사도는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고, 하느님 말씀을 증거했을 것이다. 순간 바오로 사도의 숨결이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모든 어려움과 고난을 뒤로하고 굳은 믿음으로 오직 한 가지 목표, 주님만을 향해 전력한 열정적인 바오로 사도의 삶을 다시 한 번 묵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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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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