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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10) 예수님 탄생 동굴에서 경배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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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 탄생 동굴에 있는 베드레헴의 별.
 

   아인 카렘의 성모님과 엘리사벳, 요한 세례자의 숨결을 뒤로 하고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버스가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버스는 예루살렘에서 남쪽 외곽으로 10km 거리에 있는 베들레헴에 들어서는 참이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으로 다윗의 고향이기도 한 베들레헴에 가려면 검문소를 지나 분리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통치지역이기 때문이다. 분리장벽은 그야말로 거대한 `장벽`이다. 우리나라 휴전선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총을 든 군인들이 드나드는 차량을 일일이 검색하느라 장벽을 통과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벽을 통과하자 우리 눈에 들어온 베들레헴 풍경은 장벽 밖 이스라엘 지역과 완전히 다르다. 특이한 것은 낡은 건물 옥상에 검은 물통과 흰 물통이 있다는 점이다. 흰색은 수돗물 저장용이고 검은색은 빗물 저장용이란다. 예루살렘 급수사정이 나빠지면 베들레헴 지구가 먼저 단수되기 때문에 생활용수 확보를 위한 지혜인 셈이다.
 드디어 베들레헴 `주님 탄생 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오른편에는 아르메니아 수도원이 거대한 성벽처럼 자리하고 있다. 주님 탄생 성당은 초대교회 시절, 예수님 탄생지로 전해오는 동굴이 그 시작이다. 박해시대에는 로마 황제 명으로 이 동굴 위에 아도니스 신전이 세워졌다고 한다.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베들레헴을 순례하고 돌아온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청으로 이 동굴 위에 첫 성당을 지었다. 현재 모습은 530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완공한 것이다.
 예수님 탄생 성당 정문은 겨우 사람 한 명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로 낮고 작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1-5)라고 하신 예수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겸손의 은총을 청하며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건립 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이 성당 주인도 수 차례 바뀌었는데, 현재는 가톨릭ㆍ그리스정교회ㆍ아르메니아정교회가 분리 소유하고 있다. 중앙 제대 바로 아래에 있는 예수님 탄생 동굴은 그리스 정교회 소유다.
 제대 아래 계단을 내려가면 예수님 탄생 동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성당 안은 항상 순례객으로 붐빈다. 각국 순례객 틈에서 한참을 줄서서 기다린 후에야 겨우 중앙 제대쪽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예수님 오심을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이다. 거기서 한참을 더 기다려 제대 아래 계단을 내려갔다.
 좁고 어두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예수님 탄생 동굴 바닥에 있는 `베들레헴의 별`에 경배했다. 예수님이 탄생하신 자리를 알려주는 은색 베들레헴의 별은 14각이다. 십자가의 길 14처, 아브라함에서 다윗까지 14대,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 14대, 그 후부터 예수까지 14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베들레헴의 별 뒤편 계단 아래에 있는 구유동굴도 예수님 탄생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듯했다. 순례객들은 몇 시간을 서서 기다린 피로감은 잊고 각자 마음속에 오신 주님을 기쁘게 맞이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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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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