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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14)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 평화가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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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수니온 곶 절벽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오늘은 크루즈 항해 일정을 마치고 하선하는 날이다. 맑은 아침 햇살이 푸른 에게해에 닿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침식사 후 선상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공식적으로는 순례객 모두가 함께 모여 드리는 마지막 파견미사라 할 수 있다. 하루 일찍 인천공항을 떠나온 믿음ㆍ희망조는 내일 아침 일찍 아테네공항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 지향과 설렘을 안고 집을 떠나왔던 우리들이다. 성지순례를 통해 곳곳에서 체험한 하느님 은총 때문일까,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 평화가 깃들어 있다. 순례에 함께한 신부님들이 미사 중에 짤막한 말씀 나눔을 했다.
 믿음조의 민병덕 신부님은 평화의 인사인 `샬롬`에 대해 재미있는 비유로 말씀하셨다. 신부님 덕분에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하는 인사 `찬미 예수님!` 안에 얼마나 깊고 많은 뜻이 들어있는지 다시 새기게 됐다.
 희망조의 허영민 신부님은 "굳게 잠긴 육중한 문을 여는 데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열쇠 하나"라며 "사랑, 희망, 믿음의 열쇠로 하느님께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열자"고 했다.
 순례 기간 내내 레크리에이션을 맡아 분위기를 이끌어준 조정래 신부님은 `오늘`이라는 작자 미상의 시를 순례 인사말로 대신했다.
 "우리네 슬픔의 대부분은 `어제`의 잔재이거나 `내일`에서 빌려온 것일 뿐…. `오늘`은 너의 것이니 하느님께서 `오늘`을 네게 주셨다. 모든 `어제`는 거두어 가셨고 모든 `내일`은 아직 그분의 손 안에 있도다 …. 하루가 끝날 때 `나 오늘을 살았고, 오늘을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있게 하라."
 그렇다. 우리에게 중요한 시간은 바로 과거도 미래도 아닌 하느님과 함께하는 `오늘` 그리고 `지금`일 것이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2코린 6,2).
 순례 총괄을 맡았던 평화신문 이윤자 이사님은 "이번 성지순례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모두 하느님 은총, 그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 덕분"이라며 순례객, 담당 신부단,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각 조 봉사자들인 평화신문 김원철ㆍ황병훈ㆍ리길재 기자와 유지영 자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마영주 팀장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순례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순례 일정을 이끌어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지난주에 크리스탈호에 올랐던 피레우스항에 다시 돌아왔다. 항구의 모든 것들은 며칠 전 배를 탈 때 그대로였다. 변한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 각자 마음일 것이다. 그 변화는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발견될 것이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아티카반도 끝자락에 있는 그리스의 절경 수니온 곶으로 향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포세이돈 신전이 있다. 지중해를 무대로 활약한 그리스인들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 태풍을 부르거나 가라앉히고 해안을 뒤흔들기도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기원전 5세기에 세워진 포세이돈 신전은 지금은 폐허처럼 남아 있다.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절벽 사이로 지는 붉은 석양, 그리고 잔잔한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순간순간 하느님 은총이 가득했던 우리 순례 일정도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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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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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법규에 희망을 두니 제 입에서 진리의 말씀을 결코 거두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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