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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9) 성경을 왜 계속 번역하는가

그 시대에 맞는 언어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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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2005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개막에 맞춰 `새 성경`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새 성경은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지 22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천주교회가 독자적으로 완역한 성경이다. 1988년 번역작업을 시작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새 성경은 그동안 사용해왔던 「공동번역 성서」가 의역에 치중한 나머지 성경 원문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단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은 성경이다. 우리가 읽는 성경은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 머리말에 보면 어떤 원본(Text)에서 번역된 것인지를 명시하고 있다.
 신ㆍ구약 성경은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아람어로 기록됐다. 물론 성경 원본은 분실되고 현재는 수사본들만이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성경번역은 히브리어(구약) 성경을 그리스어로 옮긴 70인역본이다. 당시 성경은 히브리어로 돼 있었는데, 상당수 유다인들이 그리스 본토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그리스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유다 민족의 근간이 돼 주고 있는 성경이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유다인들에게 전해지려면 성경의 그리스어 번역 작업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 예로니모 성인은 그리스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그림은 `서재에 있는 성 예로니모`(안토넬로 다 메시나 작, 1475~76년)
 
 모든 번역본이 그러하듯 그 어떤 성경 번역본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하느님 성령의 활동과 이끄심으로, 그 어떤 번역본도 예외 없이 하느님 말씀을 독자에게 분명하게 전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성경번역은 1790년대 초에 시작됐으나 본격적으로 번역이 시작된 것은 1882년 개신교 스코틀랜드 연합장로회 선교사 J.로스와 평신도인 이응찬ㆍ백홍준 등이 루카복음서를 번역해 1883년에 간행하면서부터였다.
 한글판 「공동번역 성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 재일치 운동 움직임에 따라 세계성서공회 연합회와 교황청 성경위원회가 성경 공동번역 사업에 합의함으로써 시작됐다. 성경 공동번역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1968년 1월 공동번역위원회가 구성됐고, 1971년 4월 신약성경을 우선 출간했다. 또 이것을 개정한 뒤 구약성경과 합쳐 「공동번역 성서」를 발간했다. 공동번역 성경은 독자가 원문을 읽는 사람과 같이 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다 보니 원문과 멀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성경을 번역하는 것은 성경을 읽는 이에게 하느님 말씀을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다. 성경은 시대와 장소, 인종과 계층을 초월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는 하느님 계시다. 그러면서도 성경은 특정 시대, 특정 장소의 특정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로 기록돼 있다.
 성경번역은 하느님 말씀을 그 시대에 맞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성경번역은 단순한 외국어번역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재창조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성경을 번역하는 순간에도 성경을 번역하는 이를 통해 성령이 활동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은 살아 있는 말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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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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