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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2 동양과 서양

동ㆍ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형태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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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에 관한 특성들을 잘 이해하면
상대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성에 대한 정체성도 확고하게 되는 것처럼…"


내가 매년 `동양사상` 강의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꼭 읽어보도록 권하는 책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이 쓴 「생각의 지도」라는 책이다.
 서구의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신학을 공부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살아가던 내가 동양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지니게 된 많은 갈등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던 책이기도 하다. 마치 남성과 여성에 관한 특성들을 잘 이해하면, 상대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또 자신의 성(性)에 대한 정체성도 확고하게 되는 것처럼….
 사실 이 책이 나에게 그렇게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해왔던 `동서양의 차이`에 관한 많은 가설들을 사회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좀 더 분명하게 밝혀주었을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 스스로도 연구결과에 대해 놀랍다고 술회한 것을 보면, `인간의 특성은 고정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전체적인 내용은 책의 목차만을 보아도 대강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동양의 도(道)와 서양의 삼단논법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과 서양의 홀로 사는 삶(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기개념)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의 차이)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동양과 서양의 인과론적 사고)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동양의 관계와 서양의 규칙)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서양의 논리와 동양의 중용) 등등.
 그러나 내게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흥미진진한 본론의 내용뿐 아니라 에필로그 부분에서 언급된 동서문화(東西文化)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모든 문화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체제로 통합되어 동양이 서구화될 것이라는 관점과 동양과 이슬람은 서구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동양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이슬람의 인구 증가로 인해, 서구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지지하는 또 다른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가 수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단순히 동양이 서구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가치관에 있어서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들이 서로 결합되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나아가 동양과 서양은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형태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 통합이 두 문화의 가장 좋은 특성들만을 모아놓은 걸작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도 드러내고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장황하게 이러한 관점을 소개하는 것은, 유학사상과 그리스도교 신앙을 함께 풀어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도 분명한 관점과 전망을 밝혀야 하겠기 때문이다. 물론 신앙 교의에 관해서는 비교적 엄밀하게 접근하겠지만, 그 밖의 삶의 방식이나 수행과정에 관해서는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형태`를 지향하고 싶다. 가능한 만큼.

최 기 섭 신부(가톨릭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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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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