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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1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은총

"천년 앞을 내다보려면 오늘을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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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문화 속에 살면서 서구 그리스도교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신자들의 영성생활을 돕고자 동양철학을 전공한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교수)가 새해부터 `유학 따라 떠나는 신앙여행`을 집필한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적 권고`와 같은 덕목을 유학적(儒學的)으로, 또 유학의 내용을 그리스도교적으로 풀어가는 최 신부를 따라 `신앙여행`을 떠나보자.


"사람이 살면서 가장 연연해하는 것은 과거이고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미래이며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은 현재이다"


감사와 설렘으로 맞이한 무자년(戊子年) 새 해 첫 주간이다.
 아직도 많은 것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 안에서 새로운 결단과 함께 은총처럼 받은 새 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큰 특징이요 은혜인지 모른다.
 언제나 우리를 새롭게 맞아주시고 늘 새로운 시간들을 통해서 축복해주시며 또 다른 경지로 초대해 주시는 하느님, 지난 과거는 돌아보지 않으시고 `지금 이 자리`에서의 결단만을 바라보시는 하느님, 그래서 그분은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마땅한 분이시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시간들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뜻을 세우는 것과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송대 학자인 장횡거는 학문이나 수양의 과정에서 어렵거나 의혹이 생길 때 "낡은 견해는 씻어 버리고 새로운 뜻을 가져야 한다"(濯去舊見, 以來新意;「近思錄」,「致知」)고 강조한다. 보다 분명하고 근원적인 목표를 지니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명대 학자 여곤(呂坤)은 그의 저서 「신음어」(呻吟語)에서 이러한 관점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정작 부끄러운 것은 가난하면서도 뜻을 세우지 못함이다. 천한 것은 미워할 것이 아니다. 정작 미워할 것은 천하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이다. 늙음은 탄식할 것이 못 된다. 탄식할 만한 것은 늙도록 헛사는 것이다. 죽는 것은 슬퍼할 것이 못 된다. 정말 슬픈 것은 죽고 나서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貧不足羞, 可羞是貧而無志. 賤不足惡, 可惡是賤而無能. 老不足嘆, 可嘆是老而虛生. 死不足悲, 可悲是死而無聞.)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가장 연연해하는 것은 과거이고,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미래이며,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은 현재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순자(荀子)도 "천년 앞을 내다보려면 오늘을 잘 살펴야 한다"(欲觀千歲, 則審今日. 「非相篇」)고 말한다.
 우리 신앙인들이 매일 성모송을 외우면서,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두 시기 즉 `이제`와 `우리 죽을 때`를 위하여 전구해주시도록 청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그러할 것이다.
 필자가 근 20여 년 유학을 공부하고 또 가르치면서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수양론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리스도교의 많은 덕목들 즉 복음적 권고나 향주삼덕, 사추덕, 성령의 열매, 칠죄종 등을 유학적으로 설명하면서 그 개념들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반대로 유학의 많은 수양론적 개념이나 방법들을 그리스도교적으로 이해하도록 안내할 수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부끄럽고 또 잘 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유학사상으로 신앙의 길을 살펴보는 이 여행길이 순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느님께 은총을 구하고, 독자들의 격려와 기도도 함께 청한다.

최 기 섭 신부(가톨릭대 교수, 동양철학)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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