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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5 -하느님께도 세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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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명절을 보내는 기간이다. 설사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 기간만큼은 모든 이들이 기쁨과 희망 그리고 축복 속에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월(正月) 초하루가 해가 새로 바뀐 첫날로 해도 설고 날도 설은 `설날`이기도 하지만, 새해 새날이란 뜻으로 `설날`이라고 했다 한다.
 그래서 설을 한자어로는 신일(愼日)이라고 한다. 즉 삼가고 자제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가운데 1년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이….

 민속학자들은 또한 설과 추석명절을 비교하면서 그 의미를 풀이하고 있다. 즉 설은 수직적 관계인 조령숭배(祖靈崇拜)를 바탕으로 한 가족중심의 축제이고, 추석은 수평적 관계인 두레나 마을 중심의 동제(洞祭)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은 새해 첫날이므로 산 조상께 세배를 드리듯이 죽은 조상께도 세배를 드리는 것이 차례이다. 새해맞이 인사로 하는 제사이므로, 기일(忌日)에 올리는 기제사와 달리 모든 조상신들을 한 자리에 다 모셔놓고 올린다. 즉 세배가 설날만의 독특한 의식인 것처럼 설 차례 또한 추석과 구별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의식(儀式)의 중심에는 효(孝) 사상이 있다. 중국에서 효의 관념이 발생한 것은 고대 사회의 제천의식(祭天儀式)으로부터 기인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먼 조상들을 하늘에 짝 지우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사활동에 차츰 도덕적인 의미가 부여되고 또한 모든 도덕적 실천의 근본이 되면서 마침내 효행(孝行)과 제사(祭祀)가 결합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효의 관념은 유교의 사상을 통해 체계화되었다.

 유교 사상은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을 본받는 것(敬天法天)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부모가 하늘과 같다는 사상이 제사 예식을 통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예기」(禮記)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물은 하늘에 근본하고 인간은 조상에 근본한다. 이것이 조상을 상제(上帝)와 짝하고 교외에서 제사지내는 이유가 되는 것으로서, 근본 되는 것에 크게 보답하고 처음 시작한 것에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萬物本乎天, 人本乎祖, 此所以配上帝也, 郊之祭也, 大報本反始也. `郊特性`).

 바로 이 `근본 되는 것에 보답하고 처음 시작한 것에 되돌아가는 것`(報本反始)이 효의 중심사상이 되었고, 부모를 배천(配天)하는 것은 부모 공경하기를 하늘을 공경하듯 하는 것이 되었다.

 그래서 「禮記」에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은 어버이를 섬기기를 하늘을 섬기듯 하고, 하늘을 섬기기를 어버이를 섬기듯 한다. 이것이 바로 효자가 자기 몸을 이룬다고 하는 것이다"(是故仁人之事親如事天, 事天如事親 此謂孝子成身. `大昏解`).

 이러한 효의 정신을 제일 먼저 신앙 안에 토착화시켜, 죽음을 무릅쓰고 만민의 어버이신 하느님께 효성을 바친 분들이 바로 한국의 초기 순교자들이다.
 새해를 맞는 주간, 우리도 그분들을 본받아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정성들여 세배를 드리자. 그리고 우리들의 신앙 선조들도 함께 기억하자.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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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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