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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7-회개(悔改)와 불원복(不遠復)

머지 않아 돌아와서 선한 일에 힘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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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구정(舊正) 연휴와 함께 시작된 사순절, 우리는 요엘 예언자의 말씀으로 그 막을 열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2-13). 간절한 말씀이다.
 `돌아오라`는 것은 우리가 가는 방향이나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또한 돌아오기만 하면, 하느님은 자비로운 분이시라 그래도 남겨진 복을 베풀어주실 것이라고 선언한다(요엘 2,14). 그래서 우리는 사순절을 `은혜로운 회개의 때`라고 노래 부른다.
 실상 예수님도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선포한 것은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씀이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으니, 이전의 삶의 태도를 벗어버리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회개`와 그것을 통해 듣게 될 `기쁜 소식`(福音)이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유학에서도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改過)은 군자의 수양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공자는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을 허물이라고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 「論語」, 위령공편)고 말하고, 또한 자신도 불선(不善)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큰 근심이라고 고백하고 있다(「論語」, 술이편).
 뿐만 아니라 주역(周易)에서는 잘못을 하고도 빨리 돌아오게 되면 크게 길(吉)하다고 말한다. 주역 복괘(復卦) 첫 양효(陽爻)를 설명하는 글에 "머지 않아서 돌아온다. 후회함에 이르지 않으니 크게 길하리라"(不遠復 無?悔 元吉)고 했다.
 송대 성리학자인 정이천 선생은 이 문장을 도덕적이고 철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잃은 후에 돌아옴이 있으니 잃지 않았다면 무슨 돌아옴이 있겠는가? 다만 잃고 나서 머지 않아서 돌아온다면 후회함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니 크게 선하며 길한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렇게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머지 않아서 돌아온다는 것은 군자가 몸을 닦는 도이다. 학문의 도는 다름이 아닌 오직 그 선하지 못한 것을 알면 빨리 고쳐서 선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不遠復者 君子所以修其身之道也. 學問之道 無他 惟知其不善 則速改以從善而已).
 이처럼 잘못에서 빨리 돌아오는 것은 은혜로운 일이고,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길(吉)한 일이 된다. 그러나 잘못을 고치는 것(改過)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선으로 옮겨가는 것(遷善)이다.
 그래서 단식이나 보속 그리고 회개보다 이웃과의 화해나 사랑의 실천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머리로만 잘못을 식별하고, 가슴으로 뉘우치기만 하는 회개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잘못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선한 일에 더욱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몸으로, 삶으로 그것을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요르단 부근의 모든 지방을 다니며,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했는데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루카 3,7). 두려운 말씀이다.
 어떻게 하면 `은혜로운 회개의 때`를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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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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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장 28절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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