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0 - 죽음을 향한 마지막 결단

죽음과 부활의 신비, 삶에서 깨달아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최기섭 신부( 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이제 사순절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절정의 순간, 죽음의 때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게는 아직 절박한 느낌이 전해오지 않는다. 여전히 일에 휩싸여 내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며, 예수의 그 두려움과 고뇌 그리고 결단의 고통에 깊이 동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나중에 조금이라도 부활의 느낌을 맛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유학자들도 삶과 죽음을 앞에 놓고 결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을까? 물론 그랬다. 그들도 죽음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두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하나는 정명(正命)의 개념이다. 맹자는 진심장(盡心章)에서 이렇게 말한다. "명(命) 아닌 것이 없으나, 그 정명(正命)을 순(順)하게 받아야 한다… 그 도(道)를 다하고 죽는 것이 정명이다."(孟子曰 莫非命也 順受其正… 盡其道而死者 正命也.)
 또 하나는 인의(仁義)의 실현이다. 인의는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도덕적 본질이며, 이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 인간이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을 완성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공자는 「論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뜻이 높은 선비(志士)와 덕행이 있는 어진 이(仁人)는 살기를 바라서 인을 해치는 일이 없고 자신을 죽여서라도 인을 이룩한다."(志士仁人 無求生而害仁 有殺身而成仁. 위령공편)
 또한 맹자도 같은 상황을 언급하고 있다. "삶도 내가 원하는 바요, 의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겸하여 얻을 수 없을진댄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 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告子 上」)
 물론 이러한 모습을 예수의 죽음과 함께 비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인류의 보편적 구원을 위한 죽음이라는 구원사의 지평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인간의 도덕적 완성과 하늘의 뜻을 수행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모습은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그리스도교의 복음 선포, 그 핵심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다. 따라서 그 사건의 의미를 깨닫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것이 구원의 전제가 된다. 그러나 그 구원의 완성은 이러한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삶의 과정을 통해 맛보고 깨달아 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도 자신의 궁극적 소망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필리 3,10-11)
 몇 년 전에 안식년을 하면서 나는 생애 두 번째 한달 피정을 했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무척 힘들었지만 그만큼 은혜로웠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어느 날 십자가 일곱말씀(架上七言)을 묵상했는데 무섭고 답답했다. 진땀도 났고 눈물도 흘렸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녀왔던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억울함 등도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드러나 발가벗겨진 모습을 힘들게 이겨내면서 하느님께 울부짖기도 했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그분이 보이고, 그분이 가깝게 느껴졌다. 용기를 내어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살기 위해 죽어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이나 깨닫게 될까? 또 그것을 삶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드러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가능이나 한 것일까? 우리를 파스카의 신비로 초대하시는 주님은 끝까지 이 길을 우리와 함께 동행해 주시리라. 용기를 내자. 그리고 자 일어나 가자(요한 14,31).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3-1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8

시편 86장 4절
당신께 제 영혼을 들어 올리니 주님, 당신 종의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