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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1 - 부활찬송과 천인합일

부활,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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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숙소를 부제들이 사는 집으로 옮겨야 했다. 직책이 바뀌면서 그들을 도와주어야하는 임무도 함께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에서는 간간이 부제들의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성주간 예절 때에 부를 수난복음과 부활찬송이다. 그들이 연습하는 부활찬송을 들으며, 이것도 부제들과 함께 사는 행복 중의 하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개인피정을 하면서 `부활찬송`을 묵상한 적이 있다. 내게 이 주제를 묵상자료로 주신 지도신부는 할 수만 있다면, 이 부활찬송을 천천히 노래하면서 묵상할 것을 권유하셨다. 조금 짖궂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대로 따라 하면서, 푹 잠길 수 있었다.
 부활찬송은 장엄하면서도 애절한 가락이다. 그 느낌 안에서 구원의 역사 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그리고 예수 부활의 의미를 절절히 만나게 된다.
 내가 특히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은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였다. "오, 참으로 복된 밤, 하늘과 땅이 결합된 밤,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된 밤!"(「성주간 예식서」, 부활찬송) 이 구절은 파스카 신비를 경축하는 이 밤의 의미를 최종적이고 핵심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느님 구원사건의 우주론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이 구절이 내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유학에서도 인간의 이상적 최고 경지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에서는 이 주제를 두 방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동양사상의 기본 범주인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라는 삼재사상(三才思想)의 틀 안에서, 인간 특히 성인과 대인의 중요한 역할을 언급하면서 표현된 모습이다. 예를 들어 「주역」에서는 대인(大人)을 이렇게 설명한다.
 "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며,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해서, 하늘에 앞서해도 하늘이 어기지 아니하며, 하늘을 뒤따라해도 하늘의 때를 받든다."(夫大人者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先天而天弗違 後天而奉天時. 「文言傳」)
 또 하나는, 인간 수양의 최고 경지로서 `천인합일`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송대 성리학의 비조(鼻祖)라 할 수 있는 주렴계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은 하늘과 같은 경지가 되기를 희망하고, 현인은 성인이 되기를 희망하며, 선비는 현인이 되기를 희망한다."(聖希天, 賢希聖, 士希賢. 「近思錄」, 爲學類) 즉 수양의 단계를 선비와 현인 그리고 성인으로 구분하고, 그 최종목적을 하늘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유학의 모든 수양체계와 방법은 `천인합일`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사건은 우리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막연한 이상적 경지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 안에서 실현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우리 희망의 궁극적 근거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의 지표가 되며, 우리 삶의 완성인 구원의 결정적 보증이 되는 사건인 것이다.
 이제 그분의 부활로 인해 펼쳐질 우리의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자. 그러기 위해 우리의 신앙과 희망 그리고 사랑 안에 담아주신 부활의 징표들을 마음으로 만나보자. 그 빈 무덤과 그리고 수 많았던 발현의 장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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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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