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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2 - 우리 중에 누가 더 높은가 ?

지도자, 바르고 곧으며 섬기는 사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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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정국(政局)이 어수선하다. 대선에서 신정부 출범 그리고 총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권력이동과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의 행태와 민심의 향배가 너무나 혼란스러운 것이다. 20년 전에 들었던 `자동차를 만드는 수준 보다 못한 정치판`이라는 힐난이 아직도 유효한 것은 아닐까?
 유학은 인간과 사회에 관한 이상적인 신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현실에 바탕을 두는 학문이다.
 특히 공자는 자신이 확립했던 많은 유학의 이념들을 정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다. 때가 이르렀을 때 제자들과 함께 많은 왕들을 찾아다니며 올바른 정치 구현을 위해 세상을 주유(周遊)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가 지닌 뜻을 굽히지 않았기에, 그가 지닌 이상적 정치관은 그대로 전해 내려온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인정(仁政), 높은 경지의 덕목들을 갖춘 이들이 베푸는 덕정(德政), 식량(經濟)과 군대(國防)보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명분에 맞게 행동하는 정명(正名)의 실현 등….
 그러나 공자는 무엇보다도 "政이란 正이다"고 해서 정치를 `바로 잡는 것` 또는 `올바른 것을 지향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계강자(季康子)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정치는 바로잡는 것이니, 그대가 올바름으로써 이끌어간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論語」, 안연편).
 결국 공자는 정치 지도자들이 먼저 솔선수범(率先垂範)하고 도덕적 바탕을 지녀야 올바른 정치가 가능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에게 있어서 `정치란 그 사람에 달려 있는`(爲政在人) 것이다. 곧 바르고 곧은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예수는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지 않는다. 공생활을 시작하는 처음부터 그러한 유혹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권력자 앞에 섰을 때 당당한 모습을 지녔고, 그들의 권한이 하늘로부터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요한 18,36).
 그리고 나중에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게 될지를 두고 다투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나라에서 차지하게 되는 권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설명해 준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5-26).
 즉 하느님 나라에서는 그 권한의 본질이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음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이것은 현실의 정치, 권력구조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의 위계질서였다.
 공자가 말하는 도덕에 바탕을 둔 정직한 정치인, 그리고 예수가 제시하는 올바른 종교 지도자, 즉 세속적 정치구조 틀과 이념을 넘어서 하늘의 뜻과 보편적 가치를 위해 진심으로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어쩌면 교회가 먼저 이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국민들에게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과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이러한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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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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