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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4- 동양철학 왜 하는가?

우리 민족 심성 안에서 신앙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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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평화신문에 글을 연재한 지도 벌써 세 달이 지났다. 그런데 그동안 의외로 많은 분들에게서 호응을 얻었다. 전화나 문자 그리고 편지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느낌을 나눠 준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격려와 칭찬이었지만 따끔한 충고도 만만치 않았다.
 "너무 어려워요.", "교과서처럼 딱딱해요.", "지식 자랑만 하지 말고,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써 주세요.", "예화도 좀 넣어주세요." 등등.
 한 편으로 고맙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워낙 글재주도 없고 내용 자체도 진부한 것이 되고 보니, 달리 어쩌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생긴 대로 살아야지! 그러면서도 내게 선물처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지닌 `동양의 심성`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살아가고픈 열망이다.
 신학교에서 동양사상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왜 이 과목을 배워야 할까?"하고 묻는다. 나름대로는 "토착화를 위해서"라든지, "한국인의 문화와 심성을 이해하기 위해"라고 대답하지만, 그 표정들이 절실하지는 않을뿐더러 대부분은 담담한 표정이다.
 그래서 나는 학기 내내 동양사상의 내용보다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정신문화들이 내 삶과 신앙 그리고 사제직과 어떤 연관이 있으며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정리하도록 도와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나도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곤 했다. "신부님은 어쩌다 이런 과목을 공부하게 되셨어요?" 나는 그냥 웃으며 "주교님이 시키시니까 했지요!" 하고 간단히 대답하고는 지나쳤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교님이 내게 동양사상을 공부해 보겠냐고 제안하셨을 때, 나도 같은 질문을 주교님께 드렸다. "왜 이 공부를 해야 합니까?"
 주교님은 그때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하나는, 지금 신학교에서 유교와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데 유교는 성대 교수님이 그리고 불교는 동국대 교수님이 하신다. 다 훌륭하시지만 그래도 신부가 공부해서 자신의 신앙과 사제직 안에서 충분히 소화한 다음 후배들에게 나눠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토착화 문제, 세 번째는 로마에서 부탁하는 `중국선교`를 위한 준비라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문제는 워낙 크고 복잡한 문제라 여기서는 논외(論外)로 하지만, 첫 번째 부탁은 늘 내 가슴에 남아있다. 특히 `어떤 사제가 되어야 하는가`하는 사제상(司祭像)의 문제에서,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 안에서 줄곧 추구해왔던 이상적인 인격과 그리스도교 사제직이 결합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사제직의 근원 그리고 완벽한 모범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러나 그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은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사와 정신문화 안에서 형성된 높은 경지의 인격을 바탕으로 그것을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다. 즉 수양을 통해 높은 도덕적 경지를 이룬 군자(君子)의 모습으로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다산 선생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제안한 이상적 목민관(牧民官)의 자질도 지니면서 그리스도의 왕직을 그리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리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선비의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예언직을 수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한국인다운 신부가 되겠는가 말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두고두고 고민해볼 만한 일이다. 주님께서 도와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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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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