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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5 - 성경과 경전, 어떻게 읽을까?

입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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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한국천주교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도직 활동 중의 하나는 성서 사도직이다. 종교학자들이 지적하듯이, 한국인들은 그 심성 안에 내적 수양에 대한 욕구와 지식에 대한 학구열을 풍성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다양한 성서공부 프로그램이나 강좌들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하느님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은 그룹 활동이다. 즉 그룹으로 성경을 공부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자신의 삶 속에서 묵상하여 나누고, 더 큰 그룹으로 모여 피정과 연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말씀에 대한 체험을 심화한다. 그리고 그러한 감동과 체험을 지닌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그룹의 봉사를 담당하면서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 안에서 사람들은 엄청난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을 깨닫는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러한 뜨거운 체험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다. 다이나믹한 그룹 활동에서 벗어났을 때도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방법으로 하느님 말씀을 맛들이고, 지속적으로 그 능력을 만나는 법을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렉시오 디비나`라는 방법이 소개되면서 이러한 갈망들을 채워주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성경을 공부한다기보다, 일상생활 안에서 성경을 읽으면서 머물러 묵상하기도 하고, 기도하면서 관상하는 방법이다. 즉 우리가 매일 신문을 읽듯이, 밥을 먹듯이 성경을 읽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만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이 렉시오 디비나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유학자들은 어떻게 경전들을 읽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주자어류」(朱子語類)의 독서법(讀書法)이라는 부분이었다. 힘들게 힘들게 꽤 많은 분량을 번역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서점에 나가보니 그 부분이 모두 번역되어 이미 책으로 나와 있었다. 무척 반갑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했다.(「주자서당은 어떻게 글을 배웠나」라는 책이다.)
 하여튼 이제 `렉시오 디비나와 주자의 독서법`이라는 주제로 여러 차례에 걸쳐 그동안 정리한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오늘은 `들어가는 말` 정도로 해두자.
 유학자들에게 `책`하면 물론 경전(經典)을 뜻한다. 그리고 경전이란 성현(聖賢)의 말씀이다. 그래서 독서는 성현을 만나는 것이 된다.
 주자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의 책을 정말 제대로 읽으면, 마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做好將聖人書讀, 見得意思如當面說話相似. 「朱子語類」 讀書法). 그리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마치 렉시오 디비나의 여러 단계들과 비슷하다. "성현의 말씀은 모름지기 언제나 눈에 갖다 놓고, 입에서 구르게 하고, 마음에서 돌게 해야 한다"(聖賢之言, 須常將來眼頭過, 口頭轉, 心頭運. 同上).
 요즘 서점가에는 옛 사람들의 공부 방법에 관한 책들이 부쩍 많이 나와 있다. 꼭 논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책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퇴계 선생과의 토론을 통해 한국 학술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던 기대승 선생, 그가 독서에 관해 지은 시 한 수 소개하고자 한다.
 글 읽을 때 옛 사람의 마음을 찾아보아야 하니(讀書求見古人心), 반복하며 마음에 깊이 붙여야 한다(反覆唯應着意深). 터득하려면 마음으로 체득해야 하니(見得心來須體認), 언어만 가지고 헛되이 찾으려 들지 마소(莫將言語費推尋).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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